반도체산업, 정부 622조 투자 지원…부진 끊고 기지개 켜나
반도체산업, 정부 622조 투자 지원…부진 끊고 기지개 켜나
  • 뉴시스
  • 승인 2024.01.1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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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조 민간 투자 뒷받침…외국 소부장 기업 유치
수출·기업 체감 '기대 못 미쳐'…"시장에 긍정 신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수원 장안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 주제로 열린 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손차민 기자 = 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민생 경제를 끌어올리려고 한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대한 622조원의 민간 투자가 속도감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뒷받침하고, 외국 기업을 클러스터에 유치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완비한다. 반도체 업황이 시장 기대보다 지지부진한 가운데, 정부가 대대적인 정책 지원을 약속하며 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지역 일대로, 현재 19개의 생산팹과 2개의 연구팹이 집적돼 있다. 오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의 민간 투자를 통해 총 16개(생산팹 13개, 연구팹 3개)의 신규팹이 신설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삼성전자가 팹 6기를 신설하기 위해 360조원을 투자하고, SK하이닉스는 용인 일반산업단지에 122조원을 투입해 팹 4기를 구축한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평택 일반산업단지에 팹 3기(120조원), 기흥 연구개발(R&D)센터에 연구용팹 3기(20조원)도 마련한다. 정부는 민간 투자가 약속대로 이루어질 경우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클러스터의 역량 결집을 위해 산업 인프라와 투자 환경을 지원한다. 전력·용수 인프라가 대량으로 필요한 반도체 산업 특성을 고려해 지난달 발표한 공급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제도를 뒷받침한다. 앞서 정부는 첨단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25%까지 높인 바 있는데, 이를 포함해 킬러 규제를 개선해 투자 환경 조성에도 힘쓴다.

지난해 윤 대통령이 미국·일본·유럽연합(EU)·영국 등 순방 외교를 통해 구축한 글로벌 반도체 동맹을 강화해 나간다.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취약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에도 정책을 뒷받침한다. 이를 통해 현재 30% 수준에 불과한 공급망 자립률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파운드리를 기반으로 팹리스 산업도 육성해 시스템 반도체 밸류체인을 완성한다. 이를 위해 시제품 제작 기회 확대, 자금 지원 등 업계의 애로사항을 해소할 예정이다.

경기 판교·수원·평택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교육 거점을 구축하고, 국내외 반도체 연구 인프라의 연계 협력체계를 마련한다. 현장 맞춤형 교육, 해외 인재 유치 등을 통해 반도체 인력 수요에 맞춰 전문 인력을 적기에 공급할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용수·전력 등 인프라 구축 부분을 시급한 정책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가 네덜란드와 반도체 인력 아카데미를 시작할 건데 이 모든 것들을 통해서 세계 최첨단 기술을 쫓아가는 작업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훈식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반도체 관련)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을 '민생 정책'으로 규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 회복세가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기나긴 적자 행진을 끊고 지난해 11월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바 있다. 이어 지난달에도 증가를 보여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당초 지난해 2분기 저점을 지나서 3분기에 접어들면 반도체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11월이 돼서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셈이다.

시장이 체감하는 반도체 불황도 예상보다 길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업계가 내다보는 올해 매출 전망은 기준치(100)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98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악화할 것이란 평가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더욱이 글로벌 정세와 관련한 국내 반도체 기업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지난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반대로 중국과의 전면전으로 대만 정세가 불안해질 경우 우리나라 기업으로 공급망이 대체될 수 있단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정해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으로 양안 관계의 긴장이 유지되고, 동북아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상수화된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해 공급망 사전점검 및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문가는 대외적인 불안 요소가 많은 만큼,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민간이 622조원이나 투자를 계획해도 결국은 정부에서 인프라, 인력 양성 지원 등을 뒷받침해 줘야 민간 투자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수요산업 연계나 양산 검증 테스트베드 구축, 외국 기업 유치 등을 통해 반도체 생태계를 제대로 만들겠다는 부분은 좋은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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