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미국 아닌 소련 편을 들게 하누나, 영화 '쓰리 세컨즈'
[리뷰]미국 아닌 소련 편을 들게 하누나, 영화 '쓰리 세컨즈'
  • 뉴시스
  • 승인 2019.06.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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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난한 영화다. 수작도 망작도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신화라는 흔한 소재의 작품이다. 

한국 영화 '국가대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코리아'부터 외화 '쿨러닝', '미라클'까지, 팀워크나 천재적 지도자를 통해 성공신화를 다룬 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쓰리 세컨즈'의 소재는 흔하고 평범하다. 이런 영화들의 특성은 결말이 뻔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영화의 우수성이 평가된다.  

'쓰리세컨즈'는 갈등이나 위기 요소를 극대화시키지 못해, 그 과정 또한 무난하게 흘러간다.  

 여느 스포츠 영웅 신화 영화들과의 차별점은 소련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여러 나라로 구성된 연방인 소련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을 보여주고, 스포츠맨십과 우정을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수의 민족들로 구성된 국가의 영화팬들에게는 한국의 관객보다 그 울림이 더 클 수 있다. 

작품의 프로듀서인 베레시차긴은 "이번 작품은 단순히 농구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영화 속 스포츠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는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매력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내도록 노력했다"는 제작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이 작품은 러시아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민족간 갈등요소가 큰 공감을 이끌어 내면서 개봉 당시 3주간 박스 오피스를 수성하기도 했다. 2000만 관객을 모으며 러시아 영화 흥행사를 새롭게 쓴 작품이다. 이러한 기록은 러시아 영화 최초로, '어벤져스' 시리즈를 뛰어넘는 역대급 흥행 성적이다. 

영화 '쓰리 세컨즈'의 배경은 1972년 뮌헨 올림픽 남자 농구 결승전이다. 36년간 우승을 차지한 최강자 미국을 반드시 꺾어야만 하는 소련 농구 대표팀은 한 치 양보 없는 불꽃 튀는 접전을 펼친다. 예측 불가능한 결과에 숨막히는 긴장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련의 타임아웃 요청을 듣지 못한 심판의 실수로 경기는 미국의 우승으로 종료된다.

소련 대표팀은 격렬히 항의하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심판은 남은 시간 3초를 선언하며 사상 유례 없는 재승부가 시작된다.  

제작진은 실감나는 경기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실제 1972년 뮌헨 올림픽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를 자문하는 등 많은노력을 기울였다. 현실감있는 묘사를 위해 실제 농구 선수를 주요 캐릭터로 캐스팅했다. 이들은 촬영에 앞서 수개월간  국가대표 선수들이 하는 체력 운동과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덕분에 모든 경기 장면은 대역없이 진행됐다. 올림픽 챔피언인 이반 데슈코는 "감독과 배우들이 1972년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소통을 했다. 특히 경기 장면의 기술적인 측면을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했고 완성된 모습에 감명 받았다"고 전했다. 

영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제작진은 마지막 3초를 극적으로 다루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 슬로 모션, 초고속 카메라 등 각각의 요소에 맞는 총 6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경기 장면의 완성도를 높였다. 천장에 매달린 이동식 카메라는 농구 경기의 스피디한 속도감과 방향성을 디테일하게 포착했다. 하이라이트 장면인 1972년 뮌헨 올림픽 남자 농구 결승전은 6개월의 리허설과 300개의 시퀀스, 수천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한달여에 걸쳐 촬영할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소련 농구 대표팀 감독 '가란진'은 러시아의 대배우 블라디미르 마시코프(56)가 맡았다. 가란진은 뮌헨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소련 농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을 맡게 된다. 선수들 각자의 재능을 알아볼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한 팀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오합지졸인 선수들을 최고의 국가대표팀으로 만들어낸다. 소련 농구 대표팀 주장 '세르게이' 역은 키릴 자이체프가 맡았다.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항상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소련 농구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다. 가란진 감독과 선수들의 진심에 점차 마음의 문을 열고 진정한 팀의 의미를 깨닫는 캐릭터다.

대표팀 일원인 '모데스타스'는 제임스 트라타스가 맡았다. 소련의 옛 식민 국가였던 리투아니아 출신으로 완벽한 피지컬과 출중한 농구 실력을 가지고 있다. 소련의 국가대표팀에 속해 있으면서도 항상 자신의 조국인 리투아니아로 떠나길 갈망한다. 대표팀 센터 '알렉스'는 이반 코레스니코프다. 소련 농구 국가대표팀의 센터로 활약하지만,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불치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가란진 감독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게 되고, 결승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두 번째 기회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마지막 3초의 슛을 던지는 주인공이다. 

낯선 러시아 영화이지만, 내용과 메시지는 무난하다. 그만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20일 개봉, 133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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