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비워뒀다" 기다리는 대통령…전공의, 언제 답할까
"일정 비워뒀다" 기다리는 대통령…전공의, 언제 답할까
  • 뉴시스
  • 승인 2024.04.0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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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향적 입장 밝혀야 '대화의 장' 마련될 듯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전공의 면허정지 방침 취소 등
만남 성사된다해도 사태 해결까진 시간 걸릴 듯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만남이 실제 성사될지 여부는 여전히 안갯 속이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야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백영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만남이 실제 성사될지 여부는 여전히 안갯 속이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야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은 외부 일정을 비워두고 전공의들을 기다렸다. 하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들은 단 한 명도 대통령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대통령실은 이달 들어 박 비대위원장 등과 연락이 닿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다. 대통령실은 주중에 만남이 성사되길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이 의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방침 취소 등의 의지를 밝혀야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박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모두 묵묵부답이다.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정부에 요구해온 '의대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라는 전제 없이 윤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서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을 사직한 전공의 A씨는 "주 80시간 이상의 고강도 업무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에도 환자를 살린다는 사명감을 갖고 미래를 위해 버텨왔다"면서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 패키지를 원점 재논의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없는 이상 대화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협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 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책 제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 등의 요구에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을 사직한 전공의 B씨는 "전공의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면서 "나머지 요구사항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어야 전공의들이 대화에 나서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도 최근 제안한 대통령과 전공의와의 만남이 추진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의대 증원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식적인 대화가 아닌 대통령과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 사항을 대화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 정책은 늘 열려 있고 의대 정원 역시 논의할 수 있다'는 말의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배정을 중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의협은 또 "젊은 의사들의 뜻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대통령과 전공의들의 만남이 성사되기까진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B 교수는 "대통령이 의대 2000명 증원을 원점 재논의하자고 선언하면 전공의, 교수, 의협과 향후 대책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는10일 국회의원 선거 이후 대화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과 전공의들이 단순히 만나는 것만으로는 당장 사태 해결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 위원장이 전공의를 대표하고는 있지만, 이번 사태는 과거 의료계 총파업과 달리 '개별적 사직서 제출' 형태를 띠고 있어 일괄 협상, 일괄 타결이 어렵다는 이유다. 또 전공의 몇몇이 대통령을 만나 개인적인 의견을 밝힌다 하더라도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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