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대학들, 재정지원 얼마 써 낼까…막판까지 눈치싸움
의대 증원 대학들, 재정지원 얼마 써 낼까…막판까지 눈치싸움
  • 뉴시스
  • 승인 2024.04.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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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대 제출한 국립대도…"건물 신축 등 필요"
강의실·실습 장비·기초의학 교수 등 대대적 확충
정부, 수요조사 결과 바탕으로 지원 방안 마련
이무열 기자 = 8일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1학년 강의실에 불이 꺼져 있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유급 마지노선이 다가오자 경북대학교는 이날 수업을 재개했으나, 강의실은 텅 비어있다.

성소의 김정현 이태성 수습 기자 = 정부로부터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배분 받은 대학 32개교가 교육여건 확충에 필요한 지원 수요 제출 마감일인 8일 오후 막판까지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에서 지원을 신청한 내역이나 규모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 추후 의대교육 발전을 위한 종합방안을 발표할 때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8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이날 자정(24시)까지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교 전체를 대상으로 의학교육 여건 개선 수요조사 내역을 제출 받는다.

이날 오후 5시께까지 8개교가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고 나머지 대학들은 막판 검토를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대교육지원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면서 교육부는 대학별 세부 지원 수요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들은 배정 받은 의대 학생 정원에 기초해 2025학년도부터 2030학년도까지 추가로 필요한 교원과 시설, 실습공간, 설비와 기자재 등에 대한 확충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향후 6년간 투자 계획과 필요한 재정 지원 규모도 함께 제출할 계획이다.

이미 일부 대학은 제출을 마쳤지만 대다수 대학이 오후에 추가 회의를 소집해 제출 내역에 대한 막판 검토를 벌이고 있다. 취재진을 통해 타 대학의 상황을 묻는 대학도 있었다. 그만큼 눈치보기가 치열한 상태다.

학생 정원이 200명까지 늘어나는 지역 거점 국립대 중엔 수백억대 규모를 적어내겠다고 밝힌 곳도 있었다. 이는 늘어나는 학생 정원을 수용할 건물 신축과 기존 강의실을 리모델링 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 등을 추산한 규모다.

특히 전북대는 학생뿐 아니라 교수 인원도 크게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기존 의과대학 건물보다 큰 규모로 건물을 최소한 1개 이상 신축하고, 당장 내년부터 신입생들을 교육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대형 강의실 리모델링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150명 안팎인 전임교원은 250명으로 6년간 100명 늘리고, 그 중에서도 기초의학 교수를 중심으로 증원을 요구했다고 전북대는 밝혔다.

전북대 관계자는 "강의실을 포함한 건물 신축과 기존의 대형 강의실 리모델링을 (교육부에) 요청했다"며 "시설 면에서는 해부학 등 실험, 실습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 관련 예산도 상당 규모 투입된다"고 말했다.

정원이 49명에서 100명으로 약 2배 가량 확대되는 가톨릭관동대는 강의실 확장과 전임교수 충원은 물론, 기자재 확충 등도 고려 중이다. 교원은 27명에서 7명을 순증하고 현재 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면적도 120명 규모 수준으로 약 1.89배 늘린다.

가톨릭관동대 관계자는 "강의실과 실험실 면적 확장 공사가 필요해 준비를 하고 있고, 올해 안에 끝내려고 한다"며 "기자재도 연도별로 구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소한 50억원에서 60억원은 추가로 들지 않을까 한다"며 "재원 조달 방안과 융자 신청 규모는 오늘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여건에 대한 현황만 기재하고 나머지 개선이 필요한 항목에는 '빈칸'으로 남겨둔 채 제출한 대학도 있었다. 조사 시간의 촉박함 등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사립대 의대 관계자는 "지금 당장 내년 예산도 어떻게 모르는데 2030년까지 계획을 어떻게 마음대로 내겠냐"며 "거의 현황만 적어서 냈다"고 말했다.

경상국립대는 전북대와 마찬가지로 전임교원 수를 250명 안팎으로 늘리고 150명~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캠퍼스도 창원에 새로 지을 계획이다. 진주에 있는 경상국립대 학생들이 수련을 받으러 창원 소재 대학병원에 오가야 하는 점을 고려한 구상이다. 경상국립대는 현재 입학정원이 76명인데 내년 200명으로 124명 순증된다.

정원이 49명에서 132명으로 늘어나는 강원대는 2029년까지 '의학 사무관'을 신축하기로 하고, 여기에 드는 공사비 등도 이번 수요 조사서에 적어내기로 했다. 다만 완공 전까지 증원된 인원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학내에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강의실을 개조할 계획이다.

김진아 기자 = 지난달 18일 서울시내 의과대학 실험실. 

정부는 이번 수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기별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가 직접 재정을 지원하는 국립대 외에 사립대의 자금 융자와 기채 등에 대한 소요도 파악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증원된 의대의 교육여건 개선과 의대 교육과정 및 임상실습 강화 등을 포함하는 '의대교육 발전 지원을 위한 종합방안'을 마련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학교육 선진화를 위한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에 (지원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하고 있다"며 "방안 마련에 대한 구체적 일정은 향후 기회되면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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