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기피 확산…서울대병원 산과 전임의 2년째 '0명'
필수의료 기피 확산…서울대병원 산과 전임의 2년째 '0명'
  • 뉴시스
  • 승인 2024.04.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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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학병원도 산과 전임의 확보 어려워
빅5 산과 전문의 17년 만에 절반 이상 '뚝'
서울대병원 전경

백영미 기자 =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최근 2년간 서울대병원에서 분만 등을 담당하는 산과 전임의(산부인과 세부 전공 전문의)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임의는 전공의 수료 후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뒤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다. 의대교수가 되기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1~12월 산부인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전임의 지원자 총 7명을 확보했지만, 지원자들이 생식내분비과(5명)와 비뇨부인과(2명)를 선택하면서 재작년에 이어 산과 전임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생식내분비과는 난임, 폐경, 피임 등을 진료하고, 비뇨부인과는 요실금·배뇨장애 등을 담당한다.

지난해 전임의 2명이 다른 병원 교수로 자리를 옮긴 것도 서울대병원에 산과 전임의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된 요인 중 하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산과 A 교수는 "산과 전임의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서울대병원 뿐 아니라 다른 대학병원들도 마찬가지"라면서 "5~6년 전부터 지속돼온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인 '빅5' 병원 기준으로 산과 전임의는 2007년 20명에서 올해 9명으로 17년 만에 절반 이상 줄었다.

산과 기피 현상을 심화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고위험 분만으로 인한 소송 위험, 원가 이하여서 분만을 할수록 적자가 나게 되는 만성적인 저수가, 고위험 임신부 수술이 많은 데 따른 빈번한 응급진료가 꼽힌다.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 통계'를 보면 평균 출산 연령이 2002년 29.5세에서 2022년 33.5세로 늘어나 분만 사고 위험이 커졌다. 지난해 불가항력적(무과실) 분만 의료사고 피해 보상 비용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의사의 무과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아 배상액이 10억 원 이상에 달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과 기대 수명 연장으로 보상액 규모가 더 커졌다.

현재 국내 초산 제왕절개 분만비는 약 250만 원으로, 원가 보존율은 2021년 기준 약 52.9%로 제왕절개 2건을 해야 원가 보존이 가능한 실정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미국(약 2200만 원)의 약 9분의1, 일본(약 700만 원)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결혼·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고위험 임신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야간이나 주말에 응급 진료나 수술이 불가피한 것도 산과 기피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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