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번째용의자' 김상경 "정치적 성향 없다. 빨갱이 아냐"
'열두번째용의자' 김상경 "정치적 성향 없다. 빨갱이 아냐"
  • 뉴시스
  • 승인 2019.09.2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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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동영, 김상경, 허성태(왼쪽부터)가 26일 서울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는 10월10일 개봉한다.2019.09.26
배우 김동영, 김상경, 허성태(왼쪽부터)가 26일 서울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는 10월10일 개봉한다.2019.09.26

배우 김상경의 연기 변신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 '열두 번째 용의자'는 한 유명 시인의 살인사건을 통해 시대의 비극을 밝히는 심리추적극이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대중에게 첫 공개됐다.

1953년 전운이 가시지 않은 음울한 시대의 공기와 용의자들 간의 날선 경계심이 발화 직전의 고요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오리엔타르 다방에 모인 화가, 시인, 소설가 등 개성 강한 용의자들이 저마다의 속내를 감춘 채 의뭉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김상경은 '화려한 휴가', '살인의 추억', 이번 작품인 '열두 번째 용의자'까지 사회적 문제를 고발하는 작품을 많이 해왔다. 그는 정치색을 가진 배우로 보여지는 것을 염려했다.


김상경은 "배우가 이름을 얻고 나면 정치적인 자리에 초대를 많이 받는다. 저는 (그런 곳에) 한 번도 참석해 본 적이 없다. 이와 관련해 제가 개인적으로 안성기 선배님한테 여쭤본 적이 있다. 안성기 선배가 '배우가 한 쪽에 서게 되면 반을 잃게 된다'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우연히 '화려한 휴가'도 하고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을 하게 됐다. 제가 정치적인 성향이 있어서 하게 된 건 아니다. 배우로서 인물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 뿐이다. 또한 사람들이 생각해 볼만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영화를) 하는 거다. 저는 빨갱이가 아니다"라며 극 중 등장하는 대사를 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상황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김상경은 극 중 사건 담당 수사관 '김기채' 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우리가 교육을 받을 때, 인간이 선하거나 악하다고 이분법적으로 사고를 한다. 근데 저는 그걸 믿지 않는다. 제가 배우 생활하며 느낀 게 권선징악이 없다는 거다.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게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는 거다. 이 사람은 그 당시에 자신만의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이론적으로 사회가 양분화돼 있는데,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이 생각하는 걸 믿고 있는 것 같다. 제가 생각하는 김기채는 그렇게 믿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선악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고명성 감독은 시대적 배경을 1953년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해방 후에 일제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6·25 전쟁이 터졌다. 전쟁 이후 모든 상황이 혼잡했다. 설정된 이 시대(1953년)부터 역사의 단추가 잘못 채워졌고,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시대를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상경은 "'화양연화'를 좋아한다. 그 당시의 감성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굉장히 혼란의 시기였다. 전쟁을 치뤘지 않나. 전 세계적으로 각자의 전쟁이 있었겠지만,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가 참전한 전쟁은 많지 않다. 이 시대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고명성 감독이 저한테 '올드하다는 것이 새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굉장히 공감했다"라고 덧붙였다.
 

오리엔타르 다방 주인 '노석현'은 배우 허성태가 분했다. 그는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묻자, "제가 개인적으로 내용과 상관 없이 제한된 공간에서 사람들의 심리를 다루는 걸 좋아한다. '큐브' 같은 영화처럼 사람의 심리를 교묘하게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김동영 배우한테 감독님보다 먼저 연락이 왔다. 동영이를 믿고 그 후 감독님을 만나 출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성태는 극 중 자신의 부인으로 나온 배우 박선영과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허성태는 "박선영 배우와 동갑이다. 근데 그 분이 계속 '오빠'라고 나를 부르더라.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넘어가려다가 일주일 후에 같은 77이라고 말하니, 계속 오빠라고 부르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해 웃겼다. 그러자 김상경은 "그래서 초반에 부르던 오빠의 뉘앙스와 나중에 부르던 오빠의 뉘앙스가 달랐구나"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또 한번 터뜨렸다.

한편, 김상경에게는 '살인의 추억'과 관련한 질문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는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특정된 것과 관련해 "'살인의 추억' 이후 피해자 가족분들이 '왜 잡지도 못하는 걸 들쑤시기만 하냐'라고 말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봤다"라면서 "범인이 특정된 이후 봉준호 감독과 카톡을 했었다. 감독님 첫 마디가 '태윤아(극 중 김상경의 이름), 끝났다'라고 말씀하시더라. 예전에 관련된 질문에 제가 '기억하는 것 자체가 응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요즘 생각해 보면 제가 그런 영화를 해서 그런지 예전에 '공소시효'라고 KBS 프로그램 사회를 잠깐 봤었다. 미제 사건을 굉장히 많이 다뤘다. 정규로 됐을 때 MC를 안 한다고 했다. 사건들이 너무 힘들어서 감당이 안되더라. 근데 영화로 안 만들어진 사건들이 너무 많다. 근데 그런 사건들은 다 잊혀진다. 만약에 '살인의 추억'이 안 만들어졌다면, 그랬다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대중이) 잊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잡힌 것이) 영화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열두 번째 용의자'는 다음 달 1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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