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글로벌 경제 빨간불…"공장에서 가정으로 경기둔화 확산위기"
무역전쟁에 글로벌 경제 빨간불…"공장에서 가정으로 경기둔화 확산위기"
  • 뉴시스
  • 승인 2019.10.0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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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조업 PMI,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WTO, 세계 무역 증가 전망치 1.4%P 하향
5월16일(현지시간) 독일 브레머하펜의 항구에서 수출입용 자동차가 늘어선 모습.
5월16일(현지시간) 독일 브레머하펜의 항구에서 수출입용 자동차가 늘어선 모습.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고 주요 산업국의 제조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세계무역도 흔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공장에서 가정으로 세계 경기둔화의 위험이 확산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상품 거래량이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4월 전망치에서 1.4%포인트 감소한 수치이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진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내년 전망치도 0.3%포인트 줄어든 2.7%로 정해졌다. 

위험 요인으로는 무역정책이 지목됐다. WTO는 무역분쟁 격화가 일자리와 생계 및 기업의 혁신과 성장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무역분쟁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는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기업의 생산성 향상 투자를 미루게 한다"며 "기업이 사람을 적게 뽑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도 방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제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이날 발표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8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PMI지수는 기업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을 조사해 내는 경기동향 지표다.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9월 30일 발표된 중국의 9월 제조업 PMI는 49.8로, 전월의 49.5보다는 2개월 만에 상승했지만 지난 5월부터 5개월째 경기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세계 양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상업 활동이 최근 몇달 동안 냉각됐으며 이러한 추세는 쌍방이 쏟아붓는 관세로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의 연구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미스트의 벤 메이는 "세계 경기 침체의 위험이 지난 몇달 사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을 볼 수 있다"며 "세계 성장의 약화를 의미하는 여러 지표들이 있다"고 밝혔다.

NYT는 WTO가 직전 전망치를 내놨던 4월에는 미중이 5월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합의에 다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희망은 아주 오래전 일이 돼버렸다고 전했다.

미중은 중국의 국경절 연휴 이후인 이달 둘째주 워싱턴에서 만나 고위급 협상을 벌이기로 했지만 시장은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신발, 의류, 전자제품 등을 포함한 112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의 관세율을 올렸다. 중국은 750억달러 규모 미국산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 5500억달러어치 중국산에 대한 관세율을 5%포인트 올린다고 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에 대한 관세율 인상 시기를 이달 1일에서 15일로 연기하며 돌연 유화적인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무역합의에 대한 희망은 크게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투자컨설팅 기업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안 셰퍼드슨은 "경고표시가 충분히 명백하게 나왔다. 무역전쟁이 대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악순환 속에서 공장이 둔화하면 임금 인상이 중단되고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소비지출이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미국에는 큰 타격이다.

셰퍼드슨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심각하게 흔들린다면, 미국은 대통령의 행동이 직접적으로 일으킨 최초의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무역전쟁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한국, 대만은 모두 중국의 경기 둔화로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고 NYT는 전했다.

공장 주문이 급감한 독일에도 눈길이 쏠린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9월 독일 제조업 PMI는 2009년 이후 최저치인 41.7로 집계됐다. 유로존 경제를 견인하는 독일이 휘청이자 유로존 PMI 역시 45.7로 2012년 10월 이후 6년11개월 만에 최저치에 머물렀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중국 기업들이 독일산 기계류 구매를 줄이면서 독일 제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브렉시트)도 세계 경기전망을 암울하게 하는 요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노딜(EU와의 합의없는) 브렉시트를 불사하더라도 예정대로 10월31일 EU에서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영국 야권은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을 통과시키며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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