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협 이용한 가짜 병원 국가보조금 59억 빼돌려
의료생협 이용한 가짜 병원 국가보조금 59억 빼돌려
  • 최민규 기자
  • 승인 2018.08.13 08: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 요양급여 받아 챙겨

전국적으로 의료생협을 악용한 사무장 병원이 우후죽순 처럼 늘어 났다. 애초 의료생협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돈을 모아 병원을 세우고 운영해 건강권을 지키자는 취지로 1999년에 도입됐다. 일반인도 병원을 차릴 수 있는 의료생협 병원이 난립하여 불법을 저지러자 보건복지부는 의료생협의 의료기관 개설권 폐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의료생협으로 위장해 사무장 병원을 차린 뒤 국가보조금 50여억 원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12일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악용해 병원을 설립한 뒤 5년간 국가보조금 59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K(46)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K씨 일당은 2013년 3월 부산 남구에 의료생협 병원을 차린 뒤 올해 5월까지 건강보험급여 등을 명목으로 국가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여느 사무장 병원과 다른 건 K씨 일당이 일반인 신분으로 병원을 설립한 점이다. 현행법상 의료인만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어 사무장 병원은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 운영된다.

일반인 K씨 일당은 의료생협을 악용했다. 의료생협을 설립하려면 출자금 3000만 원 이상과 조합원 300명 이상을 모집해야 한다. 이때 의료인의 명의는 필요 없다. K씨는 과거 사무장 병원에서 일한 경험으로 의료생협의 허점을 잘 알고 있었다. K씨 일당은 우선 지인 등을 동원해 조합원을 모았다. 조합원 개인이 내야 할 출자금은 사전에 나눠주고 돌려받는 수법을 썼다. 또 설립 전 반드시 열어야 하는 총회도 개최하지 않고 창립총회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해 지자체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수법으로 K씨 일당은 의료생협 병원을 설립한 뒤 불필요한 처방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요양급여를 빼돌린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의료생협 병원의 설립요건을 강화했다. 설립 출자금을 3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으로, 조합원 300명을 500명으로 높였다. 그런데도 가짜 의료생협 병원은 줄지 않고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의료생협 소속 의료기관 253곳을 단속한 결과 203곳, 무려 80%가 사무장 병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사무장 병원의 근절을 위해 아예 진입 단계에서부터 불법 병원 개설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소비자생활협동 조합의 의료기관 개설권 폐지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개설해 있는 의료생협은 복지부 관리하에 ‘의료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