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알로하, 나의 엄마들ㆍ이금이,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ㆍ미즈키 히로미, 백 투 더 1919ㆍ오승훈 외 2인
[새 책]알로하, 나의 엄마들ㆍ이금이,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ㆍ미즈키 히로미, 백 투 더 1919ㆍ오승훈 외 2인
  • 이은영 기자
  • 승인 2020.04.03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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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따스한 손길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 시대 선한 이야기꾼 이금이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일제 강점기 경상도 김해의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열여덟 살 버들이다. 아버지는 일제에 대항해 의병 생활을 하다가 목숨을 잃고 어머니 혼자 버들과 남동생들을 키워 냈다. 양반의 신분임에도 버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 형제들과 달리 학교에 가지도 공부를 하지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결혼을 권하는 중매쟁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진결혼이란 일제 강점기 시대 조선 여성이 하와이 재외동포와 사진만 교환하고 혼인했던 풍습이다. 사진결혼을 택한 10~20대의 여성들은 사진 신부라 일컫는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하와이 이민선에 올랐던 사진 신부들, 작가는 그들에게 각각 버들, 홍주, 송화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고향에 있는 부모를 뒤로하고 더 나은 삶을 찾아 용기 있게 태평양을 건넌 세 친구는 각기 다른 운명을 맞이한다. 자유연애 같은 결혼을 꿈꾸는 홍주는 사진보다 실물이 스무 살은 더 늙어 보이는 남편을 만나고, 천대받던 무당 외할머니의 손녀라는 처지에서 벗어나 새 삶을 꿈꾸었던 송화 역시 게으르고 술주정이 심한 남편을 맞이한다. 이들과 달리 버들은 사진 속 모습과 똑같은 스물여섯 살 태완을 만난다. 존중하고 보듬어 줌으로써 서로에게 친구이자 엄마가 되어 주는 세 여성 버들, 홍주, 송화는 시대를 앞서간 새로운 가족 형태, 여성 공동체의 면모를 뭉클하게 펼쳐 보인다. 한 시대를 살아 낸 선대 여성들의 연대와 사랑을 그린 이 책은 2020년 현재의 우리에게 소중한 편지처럼 가슴 아린 울림을 전해줄 것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멈출 수 없는 드라마처럼 몰입도 높은 이야기를, 감정을 적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다려 왔다면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놓쳐서는 안 될 뛰어난 작품이다. 400쪽, 창비, 14,800원

 

 

△『소녀들의 나침반』은 『소녀들의 나침반』으로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 시마다 소지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데뷔한 미즈키 히로미의 신간이다. 이 책은 스물여섯 살의 사회초년생 여성이 풀어가는 색다른 업무 미스터리다. 2014년 제67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부문 후보에 올랐던 「다섯 번째 봄의 병아리」에 이은 이야기들로, 「다섯 번째 봄의 병아리」에서 보여준 사회초년생으로서 성장해가는 모습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연장근로수당, 산재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노동 세계를 여섯 가지 에피소드에 담아 그려낸 연작단편집이다. 대학 졸업 후 정규직 취업에 실패해 파견직으로 여러 회사를 전전하던 주인공 아사쿠라 히나코는 각고의 노력 끝에 ‘사회보험노무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하고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만, 클라이언트인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서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무엇 하나 쉽지가 않다. 단순한 노사 간의 의견 차이로 보이지만 그 내막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둘 알아가면 갈수록 혼란스럽고 본인이 한참 모자르게만 느껴진다. 사무소 동료는 병아리(히요코)와 히나코의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병아리 씨”라고 놀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멈추는 일 없이 사회초년생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는 열의에 가득 차 있다가도 좌절하고, 작은 일에 주눅 들다가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야 만다. 이 책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제를 유머러스하면서도 가볍지만은 않게 그리며, ‘일하는 사람’에 대한 공감과 따스함을 담았다. 324쪽, 작가정신, 13,000원

 

 

△『백 투 더 1919』는 100년 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당시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가상의 ‘지하신문’을 통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생생하게 알려 준다. 생동감 있는 1919년사의 복원을 통해 3·1운동과 임시정부의 정신을 올바르게 담고 계승하려는 시도다. 마치 시간여행을 떠난 것처럼 느껴지는 기사 형식의 구성을 통해 1919년 당시 민중과 독립운동가부터 친일파, 지배자인 일본인까지 당시를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담았다. 독립운동사와 함께 국제 정세는 물론 사회문화상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룬 기사들은 당시 시대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100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식민지 조선인들이 빼앗긴 조국을 되찾아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었을지, 그들이 꿈꾼 자유와 평등으로부터 지금의 한국은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지 살펴 볼 수 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는 의외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3·1운동을 1919년 3월 1일 하루 동안 서울과 일부 지역에서 벌어진 만세시위 정도로 알고 있다. 임시정부는 중국에서 이리저리 피난살이를 다녔던 망명정부에 불과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3·1운동은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이 참여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모의 독립운동이었다. 당시 조선인들은 독립을 ‘청원’하지 않고 독립을 ‘선언’했다. 남녀노소에서 장삼이사까지, 기독교에서 천도교, 불교까지 온 민족이 한목소리로 조선 독립을 외쳤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더는 용인할 수 없다는 각성은 조선인 스스로 자유인의 의식을 갖도록 만들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는 피를 통해서 쟁취할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380쪽, 철수와영희,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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