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이 어쩌다가…상반기 대형 악재 몰렸다
미래에셋이 어쩌다가…상반기 대형 악재 몰렸다
  • 뉴시스
  • 승인 2020.04.29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부동산 공격 투자, 아시아나 메가딜 좌초 위기
ELS 마진콜에다 공정위 제재도 임박...`사면초가'
금융당국 "예의 주시 중"

국내 자본시장의 독보적인 1위인 미래에셋그룹이 최근 대형 악재에 고심 중이다. 해외 부동산 리스크, 메가 딜 난항, 공정위원회의 제재, 유동성 우려 등 크게 봐도 뚜렷한 4가지 악재가 올해 상반기에만 몰리면서 박현주 회장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9일 미래에셋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한 138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93.7% 증가한 9조856억원이며 순이익은 1071억원으로 36.3% 줄었다. 회사의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한 데에는 자체 헤지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운용 손실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의 자체헤지 ELS 잔액은 4조원이다. 삼성증권(6조원)보다 작은 수준이지만 한국투자증권(4조원), KB증권(3조원)과 비슷하다.

미래에셋 측은 "이번 1분기에는 ELS 운용의 자체헤지 비중이 다른 회사보다 작고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 규모도 국내 주요 증권사 대비 낮은 편에 속해 유동성 이슈를 효과적으로 대처했다"고 전했다.

◇해외로 공격 투자...코로나19 덮쳐 '부메랑'

증권사의 실적과 별개로 미래에셋그룹의 올해 사업 전망이 불확실성 속에 놓이게 됐다. 구상한 딜이 무산 위기에 놓이고 코로나19가 전 세계 실물경기를 악화시킴에 따라 대체투자 셀다운(재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먼저 안방보험과 체결하려 있던 미국 내 15개 호텔 인수 건이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 중국 안방보험 측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호텔들을 58억 달러(약 7조원)에 매입하기로 한 미래에셋글로벌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안방보험과 미국 내 15개 호텔들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17일까지였던 대금 지불 기일을 지키지 않았다.

미래에셋운용 측은 호텔 실사 과정에서 특정 소송이 매도인과 제3자 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해 자금을 납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방보험 측은 코로나 19 확산으로 미래에셋 측이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그룹 차원에서 추진했던 '메가 딜' 사업이 날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운용은 내달 2일까지 안방보험 측이 관련 소명 자료를 보내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미래에셋은 대규모 신규 투자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먼저 지난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갑작스럽게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차질이 생겼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완료 시점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했지만 여전히 인수는 '안갯속'에 놓여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해외 부동산 재매각 과정에서도 제값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1조원 규모로 사들인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의 재매각이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2014년에 세워진 '마중가 타워'는 프랑스 서부 상업지구인 라데팡스 지구에 있는 랜드마크 빌딩이다. 매입 당시에도 국내 증권사들과 경쟁으로 다소 비싼 가격에 매입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외에도 미래에셋은 지난해 TSX브로드웨이(약 4200억원),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2800억원) 등에 투자한 바 있다.

프랑스 서부 상업지구인 라데팡스 지구에 위치한 '마중가 타워' (사진제공=미래에셋대우)
프랑스 서부 상업지구인 라데팡스 지구에 위치한 '마중가 타워' (사진제공=미래에셋대우)

◇공정위 제재 임박...금융당국도 칼끝 겨누나

금융당국은 올해 증권사와 운용사의 해외 부동산 관련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과열 양상을 보였던 해외 부동산 투자가 리스크 요인으로 대두됐다.

금감원은 올해 해외부동산을 중점 검사할 한 부문으로 꼽았다. 금감원은 해외부동산 관련 상품의 안전장치 확보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재매각(Sell-Down) 과정 전반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금감원은 올해 종합검사 대상으로 금융소비자보호 수준, 재무건전성, 내부통제·지배구조 등 18개 지표 평가결과가 미흡한 증권사를 중심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8년 종합검사를 받았지만 검사를 계획하는 금감원의 여러 지표들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향하고 있다. 종합검사를 받지 않는다면 테마검사나 부문검사가 유력하다.

또 미래에셋그룹은 그간 공정위원회로부터 금융과 비금융이 복잡하게 얽힌 `불투명한' 구조를 가진 대표적인 대기업으로 지적돼 왔다. 조만간 공정위의 제재가 심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주 회장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컨설팅이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거느리고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을 지배하는 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안팎에서 나온다.

미래에셋컨설팅은 2018년 기준으로 박 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48.63%를 보유하고 있고 부인 김미경 씨가 10.24%, 세 자녀와 친족 지분이 포함된 기타 지분이 41.13%로 이뤄져 있다.

논란이 지속되자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을 미래에셋캐피탈의 종속회사에서 제외하고 관계사로 재분류하는 노력을 보였지만 정부의 압박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공정위의 칼날은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컨설팅으로 향했다. 지난해 11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박 회장 일가가 소유한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준 것이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이르면 이달 중 전원회의를 열고 미래에셋그룹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를 심의,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가 미래에셋과 비슷한 시기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초 제재안을 확정 지은 바 있다. 제재를 받게 되면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인가는 또다시 늦춰져 사업 구상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관련 제재를 다루는 전원회의는 밀리지 않을 예정"이라며 "다만 제재를 결정하기까지 일정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국내 대형 증권사 중 미래에셋이 가장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며 "예의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