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말린 우럭의 매력
서산 말린 우럭의 매력
  • 지태영 기자
  • 승인 2020.07.01 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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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조피볼락.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횟감 또는 매운탕거리로만 알았던 우럭이 이토록 변화무쌍하고 매력적일 줄이야,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우럭의 표준어 이름은 '조피볼락'이다.

태안반도에서는 우럭을 주로 낚시로 잡아 올린다. 5~6월이 산란기라 3~4월에 가장 맛 좋고 어힉량도 많다. 서산 사람들은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때'면 우럭도 맛이 오를 때라고 한다. 

잡아 올린 우럭은 바로 배를 가르고 내장을 제거한 뒤 천일염을 흩뿌려 간한 다음 넓은 철망에 널어 말린다.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씩 그대로 둔다. 여기서부터 우럭젓국의 요리 방법과 맛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짧게 말리면 육질이 부드럽고 덜 짜며 특유의 향도 덜난다. 발효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나는 차이다.

길게 말릴수록 살이 단단해지고 간이 세지며 독특한 향도 강해진다. 육질 색도 오래 말릴수록 점점 노란색을 띤다. 말린 우럭은 4등분하거나 통째로 차곡차곡 쌓아 냉동실에 넣고 두고두고 먹는다. 

서산 사람들이 우럭젓국 끓이는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속풀이 해장국은 물론 보양식으로도 우럭젓국을 으뜸으로 친다. 우럭젓국으로 명성이 자자한 안면도 '솔밭가든'은 말린 우럭을 쌀뜨물에 넣고 잠시 불린 다음 큼직하게 썬 두부, 마른 고추, 무, 파, 다진 마늘을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해 끓여낸다. 이렇게 끓인 국물은 고추의 달면서도 매운 맛이 훈훈하게 느껴지며 생선 살은 부드럽고 고소하다. 북어 황태로 끓이는 국물과는 완전히 다른 진하고 개운한 맛이다.

또 직접 우럭을 잡아 말려주고 사용하는 '대영수산'은 파. 양파. 풋고추, 다진 마늘을 넣고 쌀뜸물에 끓여낸다. 노란 생선을 씹는 맛이 쫄깃쫄깃하고, 국물 역시 솔밭가든 것과는 또 다르다. 코를 톡 쏘는 향과 진한 맛이 해산물, 고기 등으로 푹 끓여내는  어떤 해장국물과도 비교가 안 될 만큼 독특하다. 2주 정도 말린 우럭을 사용하는 데 발효가 많이 돼서 색다른 맛이 나는 것이다. 

말린 우럭은 1kg에 3마리 정도인데 평주와 순란은 식당에서 한 끼에 다 먹기는 너무 많아 일부만 젓국으로 끓여달라 하고 나머지는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집으로 가져와 어머니에게 드렸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어떻게 먹느냐 묻지도 않고 반은 소금기를 빼 고춧가루, 간장 양념으로 조림을 하고, 나머지 반은 고추, 무, 파, 다진 마늘을 넣고 푹 끓이셨다. 엄마들은 재료를 고르고 요리하고, 심지어 누가 오늘 무엇을 먹고 싶어 하는지를 직관적으로 간파하는 능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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