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대모' 박성연 별세, 향년 77세…클럽 야누스 지킴이
'재즈대모' 박성연 별세, 향년 77세…클럽 야누스 지킴이
  • 뉴시스
  • 승인 2020.08.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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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 2020.08.23. (사진 = JNH뮤직 제공)
박성연. 2020.08.23. (사진 = JNH뮤직 제공)

'한국 재즈계 대모' 박성연이 23일 오전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고인은 전설로 통한 1세대 재즈 보컬리스트다. 2015년 신부전증이 악화, 요양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아왔다. 특히 한국 재즈의 산실이 된 클럽 '야누스'를 만들어 평생 운영해왔다.

한국인이 연 최초의 재즈클럽이다. 1978년 신촌에서 시작해 대학로, 이화여대 후문, 청담동을 거쳐 지금의 서초동에 자리를 잡았다.

박성연은 지병 악화와 운영난이 겹쳐 2015년부터 클럽 운영에서 손을 뗐으며, 현재는 후배 보컬 말로가 클럽을 이어받아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박성연은 2018년 11월 야누스 40주년을 맞아 휠체어를 탄 채 클럽에서 특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박성연은 클럽 운영을 그만두기까지 긴 세월을 경제적 어려움과 싸우며, 한국에서 재즈 뮤지션들이 설 무대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헌신해왔다.

박성연. 2020.08.23. (사진 = JNH뮤직 제공)
박성연. 2020.08.23. (사진 = JNH뮤직 제공)

야누스는 대중들의 기호에 맞추는 음악적 타협을 하지 않은 탓에 항상 운영난에 시달려왔으며, 2012년 박성연이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평생 소장해온 LP음반 전부를 경매로 처분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같은 해 후배 뮤지션들이 이 사연을 듣고 박성연을 돕기 위해 헌정 공연 '땡큐, 박성연'을 열기도 했다. 당시 말로, 이부영, 여진, 써니킴, 혜원, 허소영, 그린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보컬들이 대거 참여했다.

말로는 이 콘서트에 대해 "재즈 보컬들이 돈을 하나도 안 받았다. 선생님이 주셨는데 월세에 보태라고 다 돌려드렸다. 이후 다 같이 뒷풀이를 했는데 재즈 보컬 10여명이 다 모인 거다. 원래 보컬들이 '나 디바야'라고 생각하며 잘 안 모인다. 바빠서 서로 만날 기회도 없었다. 근데 그날 다 같이 잼(즉흥 연주)를 하면서 선생님하고 밤새 깔깔대고 웃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박성연. 2020.08.23. (사진 = JNH뮤직 제공)
박성연. 2020.08.23. (사진 = JNH뮤직 제공)

박성연의 공연 기획 등의 일을 도운 JNH뮤직 이주엽 대표는 "40여년전 재즈 불모지였던 한국은 이제 여러 재즈 스타와 대규모 국제 페스티벌들을 보유할 만큼 울창한 숲이 됐다. '야누스'는 오늘의 숲이 있게 한 그 처음의 나무"라고 말했다. 

재즈에 대한 애정으로 숙명여대 작곡과에 진학했고, 미 8군 무대에서 가수로 데뷔했다. 1989년 첫 앨범 '박성연과 재즈 앳 더 야누스(Jazz at the Janus) Vol.1'을 발표했다. 이후 '세상 밖에서(The Other Side of Park Sungyeon)' '박성연 위드 스트링(With Strings)' 등 총 4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작년 초에는 후배 가수 박효신과 함께 자동차 광고 모델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성연은 이 광고 배경 음악으로 자신의 곡 '바람이 부네요'를 박효신과 듀엣으로 다시 녹음했다. 이 목소리가 마지막 음악 기록이 됐다.

박성연. 2020.08.23. (사진 = JNH뮤직 제공)
박성연. 2020.08.23. (사진 = JNH뮤직 제공)

이 대표는 "녹음 당시 박성연은 지병이 급속히 악화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나, 휠체어를 타고 노래를 완성하는 투지를 보였다"고 돌아봤다.

박효신은 지난해 7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연 자신의 단독 콘서트에서 박성연이 응원차 보내온 편지를 직접 읽어 주기도 했다. 박성연의 마지막 공연은 지난해 9월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이었다.

이 대표는 "시련조차 되레 음악적 축복으로 여겨온 박성연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다. '외롭고 괴로울 때면 난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래, 난 블루스를 더 잘 부르게 되겠구나.'"라며 "재즈를 향한 종교적 열정으로 평생을 걸어온 박성연의 긴 여정이 끝났다"고 전했다.

빈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2호실, 발인 25일 오전 5시30분, 장지 벽제장 파주법원리선영. 02-2072-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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