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합의 이후 둘로 쪼개진 의협…임원진 탄핵될까?
의정 합의 이후 둘로 쪼개진 의협…임원진 탄핵될까?
  • 뉴시스
  • 승인 2020.09.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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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에서 서명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박능후(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에서 서명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여당의 합의 이후 의료계 총파업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의협 내부에서의 내분은 격화하는 모습이다.

의료계 내 강경파는 최대집 의협 회장이 지난 4일 정부·여당과 맺은 항의에 강력히 반발하며 최 회장 등 8명의 임원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는 오는 27일 오후 2시 임시총회를 열어 임원 8명에 대한 불신임 여부를 결정한다.

최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 박종혁 총무이사, 박용언 의무이사, 성종호 정책이사, 송명제 대외협력이사, 조민호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 김대하 홍보이사 겸 대변인 등이 대상이다.

이는 주신구 대의원(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 등이 임원 불신임을 제안하고 82명의 대의원이 이에 동의한데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이 독단적으로 정부·여당과의 합의서에 서명해 회원들의 권익을 훼손했다는게 불신임안 제출의 이유다.

주 대의원은 2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회원들은 '4대악'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을 한 것인데 철회는 커녕 '발전적으로 논의한다'고 합의를 했다"며 "회원들이 (합의문 서명에) 반대하고 있고 전공의들이 막아섰는데도 다른 곳까지 가서 도장을 찍은 것은 독단적 합의"라고 말했다.
 
이들은 의협 지도부를 탄핵하고 투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대위 구성 안건도 27일 임시총회에서 논의된다.

주 대의원은 "대표가 바뀐다고 (정부·여당과의 합의가) 파기되는 것은 아니지만 합의 내용에는 문제가 있다"며 "의대 정원 문제는 2000년 의정합의를 하면서 동결하기로 했는데, 이것을 파기하지 않는 이상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 이런 문제를 정부에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지도부는 이번 의정 합의가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번 투쟁의 의사 결정이 이뤄진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에서 정부·여당과의 협상 전에 최 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의협은 "범투위 2차 회의에서 의료계 단일 협상안이 확정되면 이것을 모든 의료계가 수용하기로 하고 협상의 전권은 회장에게 부여하기로 했으며, 협상에서의 문구나 내용 수정은 일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범투위가 정부·여당과의 협상에 앞서 마련한 의료계 최종 단일안에도 4대 정책의 '철회'라는 표현 대신 '원점 재논의'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의협은 정부·여당과의 합의 과정에서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을 배제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의협은 "협상의 전권을 가진 회장이 젊은 의사들이 함께 참여해 만장일치로 표결한 의료계 단일 협상안에 바탕해 합의한 것이므로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의협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의정 합의에 서명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갈등을 해소하자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9월 7일 3차 총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그 이전에 전공의 400명을 추가 고발하고 전공의 집행부를 체포할 계획을 (정부가) 가지고 있었다”며 "복수의 경로를 통해 해당 사실을 확인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고심에 찬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더는 소모적인 싸움은 하지 말자. 소통이 부족한 부분은 서로 간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서 오해와 서운한 부분을 치유하자"며 "정부가 큰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 회장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대정부 투쟁 중단에 대한 찬반을 놓고 의협 내부는 둘로 쪼개지는 모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의 단체 행동 중단에 대한 반발로 구성된 임시 비대위는 23일 불신임안 찬성 투표를 호소하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했다.

임시 비대위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누구의 의견도 듣지 않은 채 합의문에 서명했던 그 날을, 절대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며 "서로를 비난하며 배신감을 느끼도록 뒤바꾼 그 사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비대위는 "존경하는 대의원 선배님들께 하나된 목소리로 부탁드린다"며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같이 나아갈 수 없는 사람을 또다시 선봉에 세우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최 회장을 제외한 의협 임원 7명은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임시총회에서 의협 대의원 242명 중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인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불신임안은 가결된다.

하지만 의협 내부에서도 투쟁의 동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온건파'들의 비중이 높아 불신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의협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해 불신임 투표가 성사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최 회장을 제외한 다른 임원들에 대해서는 불신임 사유가 적시돼 있지 않아 제출 요건이 성립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의정 합의는 당일에 소통이 되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큰 맥락에서 절차와 타당성에는 문제가 없는데 너무 일방적인 주장들만 제기되고 있다"며 "'날치기 합의'라는 것은 너무 큰 오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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