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매
  • 김근태 기자
  • 승인 2020.10.1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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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치매는 예전의 치매와는 다르다.

치매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병',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병', '해마가 망기지는 병'처럼 치매 증상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이는 치매를 진단하는 의학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치매로 인한 인지기능 증상을 기준으로 진단을 하고 그 경중을 따지다 보니 치매 증상이라고 하면 기억력과 같은 인지기능 증상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다.

이에 맞춰 실제 치료 현장에서도, 지역사회에서 진행되는 여러 치매 예방 사업에서도 치매의 인지기능 증상을 어떻게 향상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치매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과정을 지나 치료와 돌봄 단계에 오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자식이나 손주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또는 자신이 사는 집을 기억 못 한다고 해서 그들은 심정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환자가 기억 못 하는게 있으면 반복해서 이야기해줬고 길을 잃어버리면 자식을 키우듯 그들 손을 잡고 다녔다.

이렇게 가족들이 돌볼 수 있는 수준의 치매 증상을 '착한 치매'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 가족들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환자의 원래 모습을 그리워하며 같이 견뎌낸다.

반대로 사랑으로 한없이 품어줄 거라 믿었던 내 부모나 배우자가 갑자기 나에게 물건을 훔쳐간다며 욕을 퍼 붓는다. 그리고 한순간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들의 눈에는 낯선 누군가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만 남아있다.

그들의 기억력이 아무리 남아있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고통을 줬던 잔상과 사건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들은 그 기억을 곱씹으며 더욱 분노를 키워간다.

그들도 누군가의 기억에는 어머니, 아버지였고 사랑스러운 가족이었다. 그들이 내가 알던 가족의 모습이 아닌 낯선 사람으로 다가왔던 건 어느 한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들은 치매 이전 그들이 사랑했던 모습을 기억에서 지워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며 현재 모습을 바라본다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고 가혹하다. 그들은 그렇게 잊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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