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문자메시지 "이 파고 넘기 힘들듯"
별건재판·인권위 직권조사로 간접 규명돼
인권위 "성희롱 해당" 피해자 주장 인정해
"포렌식 증거, 피해자 진술 일관성" 판단
이기상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의 실체가 간접적으로나마 규명된 모양새다.
박 전 시장 사망으로 성추행 혐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박 전 시장이 사망 당일 보냈다는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검찰 수사로 알려지고 '성추행은 사실이다'는 별건재판서의 재판부 발언,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직권조사 결과가 차례로 나오면서다.
26일 인권위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성추행 등 의혹 직권조사를 진행한 인권위는 전날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는 결론을 냈다.
인권위법상 '성희롱'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결국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전 비서 A씨의 주장을 인권위가 대부분 인정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이 숨지면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당사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 5개월간 진행한 수사는 박 전 시장의 변사사건과 박 전 시장 측 인물들의 성추행 방조 혐의였다. 검찰도 관련 수사를 진행했지만, 이는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였다.
이 때문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여부를 두고 지난한 대중적 논쟁과 2차 가해만 이어졌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믿을 수 없다는 이들의 일부는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는 것을 넘어 온라인 등에서 A씨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결국 의혹 규명은 사건에 대한 간접적인 수사 결과와 인권위 조사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첫번째 실마리는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지난해 12월30일 낸 수사결과 자료에서 나왔다. 여기서 검찰은 박 전 시장이 지난해 7월8일 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여기 나오는 피해자는 A씨다.
다음 날인 7월9일 오후, 박 전 시장이 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텔레그램을 보낸 사실도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이어 이 재판부와 동일한 취지의 조사 결과를 전날 인권위가 내놓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