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위한 피터팬
어머니를 위한 피터팬
  • 김진해 기자
  • 승인 2018.11.29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임스 배리와 피터팬
제임스 배리와 피터팬

스코틀랜드의 작가 제임스 배리는 10남매 중 7번째 아이였다. 유년기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아이였다. 형이 스케이트 사고로 목숨을 잃은 후 어머니는 몸져눕고 말았다.

어두컴컴한 방의 병상에 누워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어머니는 제임스를 볼 때마다 형으로 착각해 말을 걸었다. 형의 그늘에 가려서 이제껏 부모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어린 제임스는 뒤늦게라도 어머니의 사랑을 차지하고 싶었다. 제임스는 자기도 모르게 죽은 형의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어머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형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 였다. 키도 그대로이고 나이를 먹지도 않으면서 조금도 어른을 실망시키지 않는 완벽한 어린이였던 것이다. 이 강렬한 경험은 제임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어머니를 위해 '자라고 싶지 않았던' 제임스의 키는 150cm 정도에 머물렀다.

어른이 되었지만 키도 작고 어린이의 정서를 가진 배리는 에든버러 대학을 졸업한 후 런던으로 진출하여 극작가가 되었다. 그의 취미는 큰 개를 끌고 켄싱턴 공원에 나가 아이들과 노는 것이었다. 어느 날 배리는 5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나온 가족을 만나 친구가 되었다. 그는 매일같이 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냈다. '피터 팬, 자라지 않는 아이'의 여러 캐릭터들과 줄거리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1994년에 발표된, 배우가 커다란 개를 연기하고 꼬마 주인공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당시로서는 전혀 새로운 감각의 이 연극은 영국과 미국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정신적 충격을 환상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킨 배리는 평생 어려운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돌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29년에 아픈 어린이를 돕기위해 설립된 런던의 한 병원에 '피터 팬'의 저작권을 양도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의학적으로 배리의 경우는 '스트레스에 의한 심인성 소인증'의 전형적인 증례라고 한다. 한편 현대의 심리학에서는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못하고 자기도취적인 남성상을 일컬어 '피터 팬 증후군'으로 부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