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진 기자 = 특출한 선수들만 모인 국가대표 내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이들이 종목별로 1~2명씩은 존재한다. 현재 여자배드민턴 대표팀 단식 주자인 안세영(삼성생명)도 그 중 한 명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생활체육을 즐기는 부모님을 따라 코트를 기웃거리다가 자연스레 배드민턴을 접한 안세영은 이후 본격적인 엘리트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기량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급성장했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공부로는 세계 1등을 못하는데, 배드민턴으로는 시켜줄 수 있다"는 초등학교 시절 감독의 설득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고, 중학교 3학년 때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8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인 이용대 이후 실로 오랜만에 탄생한 중학생 국가대표였다.
안세영은 쟁쟁한 언니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여러 대회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내면서 세대교체의 선두 주자로 급부상했다.
2019년에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뉴질랜드오픈과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을 제패하며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그해에만 5개 대회에서 정상을 밟아 배드민턴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안세영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BWF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만 19세의 어린 나이임에도 탄탄한 커리어를 구축한 안세영은 올 여름 도쿄에서 또 한 번의 대형사고를 준비한다.
세계랭킹을 8위까지 끌어올린 안세영은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
하지만 당장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충분히 입상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7번 시드를 받은 안세영은 클라라 아주르멘디(스페인), 도르카스 아조크 아데소칸(나이지리아)과 C조에 묶였다.
진짜 승부는 16강부터 진행되는 토너먼트다. 예상대로 C조 1위를 차지하면 안세영은 첫 관문에서 부사난 옹밤룬판(태국)을 만날 공산이 크다.
8강에서는 세계랭킹 2위의 난적 천유페이(중국)의 격돌이 예상된다. 안세영보다 4살이 많은 천유페이는 2017년과 2019년 세계선수권 3위에 오른 강호다.
안세영은 천유페이와 4차례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초반 두 차례 맞대결과 달리 최근 두 번의 격돌에서는 먼저 첫 세트를 따내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천유페이만 꺾는다면 적어도 동메달 결정전까지는 임할 수 있어 첫 출전에 메달 획득이라는 최상의 시나리오에 바짝 다가설 수 있다.
한국 여자 단식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방수현 이후 20년 넘게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올 여름 안세영이 갈증을 날려줄 수도 있다.
◇안세영 프로필
▲생년월일 : 2002년 2월5일 ▲신장 : 170㎝ ▲몸무게 : 62㎏ ▲학력 : 풍암초-광주체중-광주체고 ▲소속팀 : 삼성생명 ▲주요이력 : 20189 BWF 월드투어 뉴질랜드 오픈 단식 우승, 2019 BWF 프랑스오픈 단식 우승, 2019 BWF 신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