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대명률 매수…"물려받았다"며 국가문화재 신청해
도난당한 대명률 매수…"물려받았다"며 국가문화재 신청해
  • 뉴시스
  • 승인 2022.04.1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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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대명률, 장물업자에서 매수
"선친께 물려받아" 허위 신청한 혐의
보물 제1906호 대명률

김재환 기자 = 지난 1998년 도난당한 대명률(大明律)을 장물업자로부터 사들여 집안 대대로 내려온 것처럼 속인 뒤 국가문화재 지정 신청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자(父子)가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73)씨와 B(50)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부자지간인 A씨와 B씨는 지난 2016년 도난당한 대명률을 사들여 보물 제1906호로 지정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명률은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에 반포된 법률로, 조선왕조 초기 이를 들여와 펴낸 '대명률직해'가 있다. 보물로 지정된 것은 대명률직해의 원본격으로 평가받는다.

경북 영천에서 사설 박물관을 운영하던 A씨 부자는 2012년 한 장물업자에게 1500만원을 주고 대명률을 산 뒤, 문화재로 지정되면 업자에게 1000만원을 더 지급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 등은 대명률을 국가문화재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하면서 '선친으로부터 받아 소장하고 있다', '집안 대대로 전해진 유물로 1971년 고미술품 매매대장 장부에 기재돼 있다'고 소명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대명률은 1998년 경주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등은 대명률을 선친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물업자는 다른 인물로부터 대명률을 사들인 뒤 대학 교수들에게 가치가 높은 서적이라는 확인을 받았으며, 형편이 어려워 A씨 부자에게 팔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1심은 A씨 부자가 집안 대대로 내려왔다는 증거로 매매대장을 제출했지만, 사본만 있을 뿐 원본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밖에 A씨 부자는 자신들이 지정 신청한 대명률은 도난당한 것과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현재까지 이 사건 대명률 이외에는 다른 서적이 확인된 바 없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1심은 "A씨 부자가 대명률 취득 경위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하고 이를 통해 대명률을 보물로 지정되게 한 범행은 그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각각 A씨에게 징역 5년을,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은 A씨 부자에게 1심보다 줄어든 징역 3년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판결했다.

2심은 "A씨 등이 허위로 대명률을 제작해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대명률은 큰 훼손 없이 위탁보관돼 있다. B씨의 경우는 범행 가담정도가 A씨에 비해 가벼워 보인다"고 양형 사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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