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이 부른 재앙
가죽이 부른 재앙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03.0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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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듯이 붉은 빛에 탐스럽고 우아하며 부드러운 털을 가진 여우와 검고 누런색이 뒤섞여 꽃처럼 아름다운 가죽을 가진 표범이 있었다. 그들은 조용하고 깊은 숲 속과 깊은 동굴 속에 웅크리고 살면서 시시각각 경계심을 가지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대낮에는 굴속에 가만히 누워 있다가 밤이 깊어지고 인적이 끊길 때쯤에야 밖으로 나와 먹을 것을 찾아 나섰는데, 반드시 정해진 익숙한 길로만 다니면서 작은 쥐나 산토끼로 배를 채웠다.

그러나 그들이 이렇게 경계하고 조심스럽게 처신했는데도 항상 사람들에게 잡히거나 사냥꾼들이 설치해 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 덫에 걸리는 것이었다. 여우와 표범은 도대체 왜 그런지, 자기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사람들이 원한을 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러한 것들이 순전히 자신의 아름다운 털가죽 때문에 생긴 재앙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 여우나 표범이 재앙을 당한 것은 그들이 무슨 잘못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가죽을 가졌기 때문이다. 가죽은 화려하지만 실제가 아니라 껍데기다. 화려한 가죽 때문에 목숨을 잃는 수가 있는 것처럼 겉으로 드러난 명성이나 실제가 아닌 부귀영화를 지니고 있다가 그 때문에 도리어 본성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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