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물가 상승세 적극 대응 위해 연속 기준금리 인상
한국은행, 물가 상승세 적극 대응 위해 연속 기준금리 인상
  • 김윤희 기자
  • 승인 2022.05.27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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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6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1.50%인 기준금리를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침체 우려로 2020년 0.5%까지 낮아졌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이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월, 8월에 이어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이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무엇보다도 가팔라지는 물가 상승 압박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동기 대비 4.8%로 13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이번달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3%까지 치솟는 등 물가 상승세가 심상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도 함께 발표했는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3.1%)보다 1.4%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 7월 4.0%(2011년 상승률 전망치) 이후 약 11년 만이다. 한은은 또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기존 2%에서 2.9%로 수정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인상 결정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가 "앞으로 수개월 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한 점도 주목된다.

이 총재는 "현재 상황에서는 물가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가가 수개월간 5% 이상 오를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경기보다) 물가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등의 발언도 내놨다.

이 총재는 지난달 한은 총재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비둘기파(금리인상 완화를 통환 상정 중시)에 가깝다고 소개하면서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물가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당시보다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잡기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총재는 이날 "현재까지는 성장보다는 물가의 부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크게 예상돼서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요인이 정상화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5~7월, 수개월은 5%가 넘는 물가상승률이 거의 확정되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국내 요인보다는 대외적 변수에 기인한다는 데 한은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시간으로 이날 새벽 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미 연준은 올해 안에 0.5%포인트 '빅스텝'을 두 번 이상 단행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최근 두 달 연속 8%대로 급등해 연준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FOMC는 이달 3~4일 22년 만에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0.5%나 한꺼번에 올렸는데, 올해 안에 최소 두 번 이상 '빅스텝'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의 강한 양적긴축 정책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0.75~1.00%인 미 정책금리 목표 범위가 추가 인상되면 올해 안에 한미 금리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국내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급속도로 유출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더욱 치솟고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무역 수지 악화가 불가피해진다.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코로나19에 따른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훼손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크게 오른 상태다.

결국 대내외적으로 상승하는 물가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연말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가 2.25~2.5% 수준으로 상향됐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수준이 오른 것은 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은의 또다른 고민 중 하나는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와 기업들의 부담 증가다.

특히 최근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빚을 내 집을 산 일명 '영끌족'에게는 이자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리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금융기관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 결국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시중 주요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변동형의 경우 연 5%대를 넘어섰고, 혼합형(고정형)은 6%대 중반 수준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2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형 대출은 77%나 된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총재는 "금리가 오르면 취약계층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한은의 예측으로는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 부담은 3조원, 기업 부담은 2조7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본다. 취약 계층 위험에는 정부의 여러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결국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상 속도 등에 대해서도 고민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4%로 0.1%포인트 낮췄다.

이 총재는 "물가 상방 위험이 있고 경기 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2.7%라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현재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5월 수출 둔화 요인은 미국이 금리 인상과 함께 경기 성장 둔화 추세가 명확해지고, 중국은 봉쇄가 지속되면서 성장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주요 수출 대상국의 성장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수출이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도 낮아졌다. 해외 요인을 보면 하방 위험이 증가한 것은 틀림없다"고 언급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에 선제 대응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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