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는 것을 쓸모 있게"…최이현 모어댄 대표
"쓸모 없는 것을 쓸모 있게"…최이현 모어댄 대표
  • 뉴시스
  • 승인 2018.08.0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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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된 '첫 차'에서 발견한 자동차 가죽시트 가능성
9월엔 신발도 런칭…해외로도 진출할 계획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동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부터 인기 아이돌 그룹 BTS의 멤버 RM까지. 이들 모두 관심을 보인 가방이 하나 있다. 명품 브랜드의 가방도 비싼 가방도 아니다. 자동차 가죽시트를 재활용해 만든 브랜드 모어댄의 '컨티뉴' 제품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새활용플라자에서 모어댄의 최이현 대표(37)를 만났다. 최 대표는 이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사무실 겸 쇼룸으로 사용하던 새활용 플라자 생활을 접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 2층 주택에 새 살림을 꾸린다. 1층은 컨티뉴 제품을 전시하는 쇼룸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파주에 세울 공장 부지 찾기에도 여념이 없다. 모어댄에 들어오는 가죽만 주 5톤 가량. 현재 경기 고양에 있는 공장에서는 이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가 버거워 새 공장 부지를 찾게 됐다. 공장이 마련되면 신규 인원도 채용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가방, 지갑, 명합지갑만을 만들다가 오는 9월부터는 신발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야말로 '승승장구'다. 알음알음 판매됐던 모어댄의 제품이 공식 론칭한 건 지난해 9월. 지난해 매출 2억원을 목표로 했지만 3억원을 넘겼다. 올해는 매출 10억원을 넘보고 있다. 월 평균 매출이 1억5000만원 정도다. 

 최 대표는 "론칭 후에 월 8000~9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리다가 올해 1억5000만원 정도로 늘었다. 사실 2억원까지 매출을 올리기에는 현재 캐파(생산능력)가 안 된다. 재료 준비가 안 돼서 더 매출을 늘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쓸모 없는 쓰레기로 여겨졌던 자동차 가죽시트를 가방으로 재탄생시킨 배경이 궁금해졌다. 

 ◇ 자동차 가죽시트의 재발견

 영국 유학시절이었다. 아끼고 아껴 미니(MINI) 중고차를 구입했다. 애지중지하던 차는 허망하게도 뺑소니 사고로 폐차 신세가 됐다. 그냥 처분하기에는 아까워 자동차 의자를 떼서 집안에 쇼파로 가져다놨다. 의자를 본 이들마다 가죽 질에 감탄했다. '자동차 시트가죽이 이용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13일 SK 본사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모어댄 가방을 전달받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13일 SK 본사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모어댄 가방을 전달받고 있다.

당시 최 대표는 영국 리즈대 대학원에서 '코퍼레이트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있었다. 졸업 논문을 고민하던 차에 자동차 가죽시트와 기업의 사회공헌을 연결시키게 됐다. 이렇게 탄생한 졸업 논문 주제는 '한국 자동차 업계의 사회적 책임'이었다. 논문을 쓰면서 이 분야를 창업으로 연결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학원을 마친 최 대표는 영국 생활을 청산하고 2013년 무작정 한국에 들어왔다. 밤낮으로 폐차장을 돌고 샘플을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머릿 속으로 구상만하던 모어댄의 작업이 실현 가능할지 궁금했다. 

 "1년 동안 고민 끝에 사업 모델로 괜찮겠다는 판단을 내렸어요. 비즈니스 모델로 적합한지 검증받고 싶어 창업 경진대회에 나갔죠. 대상은 못 받았지만 당시 심사위원들이 좋은 평가를 내려주셨어요."

 사업성을 인정받았지만 창업은 녹록지 않았다. 생소한 사업 모델에 자동차 가죽시트를 구하기조차 어려웠다. 제작을 해준다는 이도 없었다. 당시 최 대표는 전국 300여개 폐차장을 돌며 가죽시트를 구했다. 제작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보통 가방에 패턴 조각이 10~15개 들어가는 것과 달리 모어댄 제품에는 50개가 필요하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 

 가죽시트를 재활용한 가방이지만 '컨티뉴'는 품이 많이 들어간 제품이다. 개발비에만 1000만원이 넘게 들었다. 폐가죽으로 만든 '재활용품'이라는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가공에 더욱 공을 들였다. 

 "폐가죽으로 제품을 만들다보니 오염된 가죽을 세척하고 냄새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20년 이상 가죽을 다룬 분들에게 가공을 맡기기도 했죠."

 눈썰미가 좋은 이들도 컨티뉴 제품에서 자동차 가죽시트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언뜻 보기에도 기성 제품과 다른 구석이 없다. 가죽의 질이나 세련된 디자인은 여느 브랜드 제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초창기에는 가죽을 공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아 안정적으로 가죽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제는 폐차 시트가 아닌 자동차 의자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가죽을 공급받는다. 

 ◇ 쓸모 없는 것을 쓸모있게

 모어댄의 철학은 '쓸모 없는 것을 쓸모있게 만드는 것'이다. 비단 제품뿐만이 아니다. 북한이탈주민, 경력단절여성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총 직원 13명 중 북한이탈주민과 경력단절여성이 절반에 가까운 6명이나 된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회에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이들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게 의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가치를 재발견한다는 점에서 저희 사업과도 맞닿아 있죠. 자원재활용뿐 아니라 사람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게 저희 회사의 목표예요."

 이처럼 단순히 판매뿐 아니라 가치에도 투자하는 모어댄의 가능성을 보고 초창기부터 지원해준 곳이 SK이노베이션이다. 
 
 "창업을 위해 3억원 정도의 초기 자금이 필요했어요. 1억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원받았고 1억원은 어떻게든 마련해볼 수 있었죠. 나머지 1억이 부족했는데 SK이노베이션에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거기 지원을 했죠."

 SK이노베이션은 모어댄이 본격적으로 론칭하기 전 떡잎 시절부터 지원했다. 단순히 자금뿐 아니라 홍보에서 유통까지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은 모어댄에도 큰 도움이 됐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이라고 하면 멘토링이나 자금지원만 생각하는데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각각 다른 지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모어댄은 사회로 나올 때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려서 특히 홍보 쪽으로 많이 도와주셨죠."

 평소 사회적 기업이나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많은 최태원 회장은 컨티뉴 가방에 관심을 보여 김동연 부총리에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덕분에 매출이 10배 이상 뛰어올랐다. 

 "김 부총리가 가방을 구입하면서 매출이 10배 뛰어올랐어요. 저희 제품의 주 타깃인 30대에게 가장 어필이 되는 부분은 신뢰감이거든요. 이 부분을 잘 공략했던 것 같아요."

 ◇ 해외로까지 진출…지속가능한 사업을 만들고 싶다

 모어댄은 해외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오는 9월엔 미국 로스앤젤리스(LA)에 매장을 낼 계획이다. 독일 진출도 검토 중이다.

 "지난 1월 독일에서 열린 윤리적 패션쇼에 참가했는데 가자마자 주문을 받고 샘플도 다 팔릴 만큼 반응이 좋았어요. 사실 국내에선 사실 폐 가죽시트로 만든 제품을 판매한다는 데 대한 소비자 설득이 필요했는데 독일에선 그런 게 없어도 됐어요. 오히려 나를 반성하게 해주는 제품인데 더 많은 돈을 지불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전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는 최 대표의 목표는 '세계 어딜가도 모어댄 제품 만나기'다. 우리나라에서만 잘 되는 업체가 아닌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회사로 거듭나고 싶은 게 큰 꿈이다. 

 "사실 사회적 기업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아도 해외로 진출한 사례는 없거든요. 해외로 진출해서 좋은 선례를 만들고 싶어요."

 또 다른 큰 꿈은 '가죽원단화' 사업이다. 자투리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지만 '컨티뉴' 제작 과정에서도 또 자투리 가죽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모어댄은 이 자투리 가죽을 갈아 라텍스와 섞어 새로운 재생가죽을 만든다. 이 재생가죽으로도 가방을 제작한다. 

 "재생가죽에 관심이 많아요. 2차 오염을 줄이는 게 또 하나의 숙제거든요. 계속해서 자투리 가죽으로 새로운 가죽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지금 있는 자원만으로도 충분히 지속가능하게 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은 게 욕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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