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레드 조앤ㆍ제니 루니, 아직 도쿄ㆍ임진아, 인생 절반은 나답게ㆍ사이토 다카시가
[새 책] 레드 조앤ㆍ제니 루니, 아직 도쿄ㆍ임진아, 인생 절반은 나답게ㆍ사이토 다카시가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9.05.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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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조앤』은 평범한 대학생에서 스파이가 된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담긴 소설로 KGB를 위해 가장 오래 일한 스파이 멜리타 노우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저자인 제니 루니는 노우드에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스파이 스릴러를 준비했다. 주인공 조앤은 학생의 존재를 무시하던 시기이자, 미혼 여성이 혼자 외출할 수 있게 된 시기에 케임브리지에 입학했다. 똑똑했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희망이 있었으며, 현재보다는 밝은 미래를 꿈꾸던 여학생이었다. 작품은 조앤이 대학 입학 후 알게 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떤 감정의 변화를 겪는지, 여성으로서 어떤 일을 겪는지를 흡인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냉전시대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해 작품 안에서 긴박함과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담은 동시에,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며 산 한 여인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통해 거대한 역사 속에 묻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간다.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았고, 자신의 일을 충실히 했으며,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았던 현명한 조앤. 그러나 히로시마에 폭탄이 떨어지고, 이는 수많은 당시 사람들처럼 조앤에게도 큰 충격을 준다. 작가는 처참하고 냉혹한 현실을 목격한 조앤의 내적 갈등과 결심을 통해 이념이 낳은 전쟁이 가진 무한한 공포와 인간의 무기력함, 진정한 인류애에 대한 고민을 전한다. 『레드 조앤』은 ‘여성 스파이’라는 소재가 주는 스릴러적인 재미를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누군가는 제기했어야 하는 더 큰 담론을 이야기하며 그 의미를 더한다. 504쪽, 황금시간, 15,000원

 

△『아직, 도쿄』는 일상의 우연한 순간을 부드러운 선으로 채운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건네는 작가 임진아의 신작 에세이다. 임진아 작가에게 ‘도쿄’란 정리할 수 없는 자신의 취향이 모여 있어 기꺼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곳,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좋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곳이자 모처럼 ‘나’라는 사람을 구경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이다. 작가가 틈틈이 자신의 취향대로 그려온 도쿄의 지도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도쿄의 매력들로 가득하다. 하루의 매듭을 지을 시간이 도무지 주어지지 않는 서울을 벗어나 도착한 곳은 도쿄. 복잡하지만 편리해서 좋은 이 도시에는 막연하게 꿈꾸었지만 설명하기 어려웠던 공간을 마주한 감동,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이 첫입부터 끝까지 고루 느껴지는 맛, 조금만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을 넘어 다음에도 다시 와야지, 하게 되는 다짐, 지금 이곳 외에는 어디에서도 다시 볼 수 없는 원화를 마주하고 털썩 주저앉고 싶어지는 기분, 넘치지 않고 마음에 꽉 들어찬 행복이 있다. 저자는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과 닮고 싶은 작가의 원화 전시를 보기 위해 기꺼이 도쿄행 비행기 표를 끊는다. 평소에 좋아했던 드라마와 영화로부터 힌트를 얻은 공간을 찾아가고, 대도시라는 걸 잊게 만드는 푸른 공원에서 잠시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을 즐긴다. 도쿄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기도 하고,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책을 만든 문구점도 부러 찾는다. 이런 과정 속에는 자신만의 삶의 규칙을 세우고 단단하게 꾸려나가려는 작가의 태도와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삶을 잘 살아보려는 타인의 정성으로부터 나온 음식과 물건들 덕분에 서로서로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고 마음껏 감동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자의 몫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는 임진아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 나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여행을 꿈꾸게 될 것이다. 376쪽, 위즈덤하우스, 14,800원

 

△『인생 절반은 나답게』는 메이지대학교 문학부 교수이자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이토 다카시가의 신간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상 가장 젊은 중년’으로 불리는 50대가 당당하게, 세련되게 나이 들어 가는 법에 관해 주목할 만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는 지금의 50대가 맞이한 현실을 냉철하게 설명하고, 현재 나의 삶을 점검해볼 50가지 질문을 던지며, 앞으로 무엇을 목표로 삼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생을 총 네 단계로 나눈다. 태어나서 25세까지를 1기, 25세부터 50세까지를 2기, 50세부터 75세까지를 3기, 75세 이후를 4기로 칭한다. 한 사람의 어른으로 성장하는 1기와 사회를 활성화시키는 2기를 거쳐 인생이 반환점에 이르는 3기에 도달한다. 저자는 2기를 황금기로 보았던 시대가 가고 이 3기를 인생의 황금기로 보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3기를 만족스럽게 잘 살아야 인생 전체를 긍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끝이 좋아야 다 좋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1기, 2기를 잘 보냈더라도 3기에서 무너지면 인생 전체를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책은 인생 3기를 황금기로 만들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은 보통 ‘멋지게 나이 들려면’, ‘초라하게 늙지 않으려면’ 경제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통장 잔고나 부동산 등 재산을 점검하기 바쁘다. 하지만 노후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중년 이후 삶의 질은 친구관계, 취미생활, 사회참여도, 자존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좌우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 책은 숨 가쁘게 달려온 중년들에게 잠시 멈춰서 ‘진짜 내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았는가’,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이제부터라도 ‘나’를 위해 생각하고 계획하고 즐겨볼 것을 권한다. 경제 문제뿐 아니라 중년 이후의 심리적, 문화적, 정서적 문제를 해결해줄 핵심 요소를 짚어주고 그 필요성을 역설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외면의 힘뿐 아니라 내면의 힘 역시 단단하게 기를 수 있을 것이다. 248쪽, 심플라이프,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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