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쁨에 민감한 신체이형장애
예쁨에 민감한 신체이형장애
  • 최민규 기자
  • 승인 2019.06.18 0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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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수만 있다면 잘생기고 예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이것은 내면적 충동이기도 하지만 사회문화적으로 부여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는 모두 예쁘다고 생각한다. "제 정신인가" 혹은 "거울도 안보나"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은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한 미를 추구하는 세태에 함몰되어 모호한 기준 가운데에도 낙담하고, 미에 관한 본인의 기준조차 불분명한 상태로 획일적인 느낌만을 쫓아 실망하고 좌절한다. 그러나 예쁨의 기준은 바뀌기 마련이며 사회나 문화, 개개인이 추구하는 바에 따라 각양각색이기도 하다.

용모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하고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신체이형장애는 외모에 결함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거나 사소한 결함을 과장되게 지각하여 집착하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고, 우울, 불안, 공황, 정신병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학업 사회 직업적 기능 저하를 나타낸다.

신체이형장애는 신체형 장애에 속했지만, '외모 강박증'이라 할 만큼 그 강박적인 성향으로 인해 강박 장애로 분류되었다. 이들이 호소하는 결함의 부위는 다양한데, 얼굴 이상이 가장 흔하며, 입술, 머리, 가슴, 성기, 골격 구조 등 여러 부위의 가상적 단독 혹은 복합적인 이상을 염려 걱정하고 그 대상이 바뀌기도 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반복적인 성향 수술이나 피부 시술에 중독되기도 하나 궁극적인 만족감이 없어 결국 자살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신체이형장애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고, 심리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는 세로토닌의 비정상적인 기능, 미를 중시하는 문화와 미에 대한 고정관념 같은 사회문화적인 요인, 유소년기의 학대 경험, 성적이거나 정서적인 갈등이 이와 무관한 신체 부위로 전치된 것이라 보기도 한다. 낮은 자존감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하여 다양한 심리 요소들과 어우러져 증상을 형성시킨다.

최근에는 신체이형장애를 뇌기능의 이상으로 보기도 한다. 자신의 얼굴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구체적인 특정 부위만 보고, 뇌의 시각 자극을 처리하는 영역의 비정상적인 작용으로 자신의 얼굴을 실제와 다르게 인식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뚜렷한 이상이 감지되지 않으나 신체이형장애 환자는 없는 이상을 상상하거나 사소한 흉터와 결함을 확대 해석하는 인지왜곡을 보인다.

인형 같이 생긴 어느 환자는 어두운 피부톤을 혐오하여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유일한 외출은 월 1회, 외래 내원이 전부였다. 사회적 낙인과 소외, 그리고 상처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많은 가운데 이 환자도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다영성과 자유로움을 누리는 가운데 미의 가치 판단과 사회적 책임의 문제를 다시금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나름 최선을 다해 단정하고 깔끔하며 향기롭게 오늘도 가꾸어보고자 거울을 마주한다. 우리의 겉모습과 속마음을 모두 비출 수 있는 각자의 거울로 매일의 삶이 아름답고 맑고 투명하기를 기대해 본다.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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