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메디톡스 균주 싸움 변곡점… '포자감정' 개시
대웅제약-메디톡스 균주 싸움 변곡점… '포자감정' 개시
  • 뉴시스
  • 승인 2019.07.0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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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2년 만에 진척, 감정인 신문 및 세부 기준 설정

 2017년 10월 시작 이후 2년간 큰 진척 없이 흘러온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균주 소송이 변곡점을 맞았다. 
 
메디톡스 전직자가 빼돌린 균주로 대웅제약이 제품을 만들었는지 밝혀낼 수 있는 '포자(spore) 감정'을 개시하고, 감정인 및 기관을 선정한 것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법정서 열린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소송'은 감정 기일로 진행됐다. 포자 감정인 신문 및 세부적인 감정 기준을 설정하는 비공개 재판을 진행한 것이다. 
 
대웅에서는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마이클 팝오프(Michel R.Popoff) 박사를 감정인으로, 메디톡스는 서울대 박주홍 교수(감정인) 및 마크로젠(감정기관)을 내세웠다. 
 
2년 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이 소송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전직자로부터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받았느냐,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의 균주 및 생산방법이 메디톡스로부터 유출된 것이냐가 쟁점이다. 
 
2014년 출시된 대웅 '나보타'가 훨씬 먼저 나온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균주와 흡사하고 공개된 균주 염기서열 역시 99.99% 같아, 자사 균주가 유출됐다는 게 메디톡스의 주장이다. 
 
균주를 공개하자는 메디톡스와 영업기밀이라며 완강하게 거부한 대웅제약이 1년 가까이 맞서던 작년 8월 재판부는 포자 감정으로 가려보자고 제안했다. 
 
'홀A하이퍼'라는 이름의 메디톡스 균주는 어떤 경우에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아, 대웅제약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는지 하지 않는지 확인하면 유출 여부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포자란 균류가 만들어내는 생식세포이고, 포자 감정이란 포자 생성 여부에 대한 감정이다. 
 
메디톡스는 포자 감정과 함께 염기서열까지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눈 우선 포자 감정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하고 반대하던 대웅제약도 돌연 받아들이며 이번에 개시됐다. 
 
포자 감정에는 약 1~2개월 소요되지만, 양측의 날이 워낙 첨예해 세부 기준을 세우고 중립적인 해석을 모으는 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감정 결과가 나오면 지난했던 균주 싸움은 변곡점을 맞게 된다. 
  
포자 감정은 학계에서 인정하는 기준이다. 나보타에서 포자가 형성된다면 메디톡스의 균주를 훔친 게 아니라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만에 하나 나보타에서 균주가 형성안된다면 염기서열까지 분석해야 하겠지만, 형성된다면 서로다른 균주로 판별되기 때문에 염기서열 분석은 의미 없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매우 자신 있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염기서열 분석까지 해야 보다 신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포자 감정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염기서열 분석을 추가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포자 감정이 중요한 기준이 되겠지만, 염기서열 분석까지 하면 더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국내 판결이 동일한 내용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ITC) 조사에 영향을 미칠지다. 
 
메디톡스가 미국 ITC에 제소, 현재 ITC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에 균주 정보·서류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ITC는 포자 감정뿐 아니라 염기서열 분석까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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