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어려움도 병이다
결정의 어려움도 병이다
  • 김평주 원장
  • 승인 2019.07.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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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 생활 속에서 매일 먹는 점심 메뉴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제육을 먹자니 돈가스가 끌리고, 돈가스 집을 가려니 짬뽕이 눈에 아른거린다.

무엇을 먹을까 하나에도 수백 번의 고민을 반복하는 우리다. 얼핏 같은 밥을 뭘로 먹을 것이냐 하는 하찮은 문제처럼 보인다. 허나 이는 들여다보면 한정된 돈으로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가장 아름답게 채울 것인지를 고민하는, 실은 꽤나 심오한 문제다.

삶의 모든 선택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심지어 언제 마무리될지 조차 예측할 수 없다. 내가 원하는 것들 중 세상이 내게 허락하는 것은 언제나 극히 일부다. 나보다 더 많이 가진 자가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만큼 절대적인 원리는,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한정된 자원으로,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점심 결정뿐 아니라 어느 대학에 갈 것인지, 한 번뿐인 젊음을 어떤 커리어로 채울 것인지, 결혼은 할 것인지, 누구와 할 것인지, 자녀를 낳을 것인지 등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시간은 무한하지 않고, 가진 것은 늘 부족하며, 흘러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그렇기에 삶의 선택은 늘 어렵다.

우리들은 살아가며 결정할 순간마다 여러 선택들 중 가장 적합한 답이 있다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삶의 선택은 시험과 다르다. 명확한 답이 있는 선택, 즉 장점만 있는 것을 그렇지 않은 것 중 고르는 것은 엄밀히 말해 선택이 아니다.

무엇을 고른다는 것은, 각기 장단점이 존재하고 그 합이 비슷한 여러 갈림길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이 학과를 택하자니 저 학과의 취업률이 눈에 보이고, 일이 편한 이 직장을 지원하려니 저쪽의 연봉이 아쉬운 것이 삶의 선택이다. 찬찬히 살펴보고 고심한다고 해서 정답과 오답을 나눌 수는 없다.

사람의 마음에는 이득보다도 손해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그때의 선택만 달랐으면 지금 이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나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가지지 못하는 화려함과 누구나 겪는 삶의 고난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손해인 양 느껴질수록 다음 선택에 고민이 많아지고 섣불리 나아가기 힘들어진다.

우리의 마음속에 묘한 생각이 자라난다. 최선을 다해도 완벽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과감한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 길이 생각했던 길이든 그렇지 않은 길이든, 꾸준히 그 길 위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끝없이 뭘 먹을지 고민만 하다 보면 그렇지 않아도 짧은 점심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버리고, 부랴부랴 대충 선택을 하거나, 아예 굶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단호하게 메뉴 선택을 한다고 해서 일 년 내내 백발백중 마음에 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거를 수 없는 점심처럼 삶을 꾸준히 먹어내다 보면, 종종 마음에 드는 한 끼의 기쁨 같은 소소한 행복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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