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해철은 누구입니까?···5주기 추모콘서트 '시월'
당신의 신해철은 누구입니까?···5주기 추모콘서트 '시월'
  • 뉴시스
  • 승인 2019.10.2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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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5주기 추모콘서트 '시월'에 참여한 가수들 (사진 =김영석 페이스북)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 긴 시간을 스쳐가는 순간인 것을 영원히 함께할 내일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기다림도 기쁨이 되어."

'당신의 마음 깊은 곳의 신해철(1968~2014)은 누구입니까?'

'플라워' 고유진이 27일 오후 서울 이촌동 노들섬 라이브 하우스에서 열린 신해철 5주기 추모 콘서트 '시월'에서 부른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를 듣고 떠올린 생각이다.

신해철의 추모 콘서트를 몇 차례 지켜봤다. 역시 빠짐없이 울림을 주는 곡은 고인의 빈소에도 울려 퍼졌던 '민물장어의 꿈'이다. 명곡이 많아서일까. 그런데 마음 깊은 곳을 할퀴는 곡은 매번 달랐다.  

이날은 "복수의 이빨 증오의 발톱으로 우리의 봄을 되돌려다오"라는 노랫말이 가슴에 꽂혔다. 신해철이 이끈 밴드 '넥스트'의 보컬 이현섭이 부른 '라젠카, 세이브 어스'다. 신해철이 하늘에서 팬들을 지켜주는 곡 같았다.

무엇보다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 곡은 홍경민이 불렀던 '일상으로의 초대'. "문득 자꾸만 네가 생각나 / 모든 시간 모든 곳에서 난 널 느껴 / 내게로 와 줘 내 생활 속으로 너와 같이 함께라면 / 모든 게 새로울 거야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 너와 같이 함께라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신해철이 살아 있었으면 쉰살. 어릴 때 신해철의 노래와 라디오를 들으며 위로 받고 용기를 낸 마흔살 언저리의 아저씨는 그가 여전히 일상에서 노래를 해주고 독설을 내뱉고 위로 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날 나의 신해철은 형이자 멘토였다.

홍경민도 "이 노래가 이렇게 울컥할 지 연습실에서는 몰랐다"고 했다. 이날 '일상으로의 초대'는 다빈크가 편곡한 버전이었다. 그는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리메이크해서 발표하려고 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무산됐다. 대신 이날 이 노래를 불렀다.

홍경민은 "우리가 열 번, 스무번 고민해서 편곡을 해도 신해철 형님의 원곡보다 더 잘 나올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지만 동료, 후배들이 다르게 편곡해서 부르는 것이, 음악이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탄생돼 '여전히 살아 숨 쉬구나'라는 느끼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부연했다.

3부로 나눠진 이날 콘서트는 '꿈이 이루는 세상'이 주최하고 PA 엔터테인먼트가 주관했다. 생전에 신해철과 인연이 있었던 지인들과 그를 추모하는 뮤지션들이 마음을 모은 자리다. 이번 콘서트부터 신해철 추모 모임의 명칭을 '시월' 이라 칭하고, 추모콘서트의 이름도 역시 '시월'로 정했다.

신해철 5주기 추모콘서트 '시월'. 2019.10.27.
신해철 5주기 추모콘서트 '시월'. 2019.10.27.

넥스트에서 베이스를 담당했던 밴드 '노바소닉' 멤버 김영석은 앞서 공연 전 페이스북에 시월로 이름을 정한 것과 관련 "소수의 팬들과 일년에 한번씩 함께 했던 사람들을 만나 무대에서 그의 음악으로 제를 올리는 거나 마찬가지인 공연을 하지만 나아가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보람될 일을 만들어 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신해철 추모 콘서트가 진행될수록 참여 멤버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는 고유진 등이 새로 합류했다. 홍경민은 "우리끼리 후드티를 맞췄고 고유진에게도 줬다"면서 "(앞으로 모임에도 계속 나와야 하는) 족쇄 같은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처럼 신해철은 여전히 기억되고 기억하는 이들이 더 늘고 있다. 이날 오픈한 300여석은 티켓 오픈 즉시 매진됐다. 신해철은 남겨진 자들에게 비나리와 같다. 비나리는 고사를 지내며 부르는 노래로 앞길의 행복을 비는 말이다. 김영석 말마따나 콘서트 형식을 빌려 제를 올리는 이날 공연에서 하늘에 있는 신해철은 팬들과 동료, 선후배를 위로하고 이들의 앞길을 축복하는 듯했다.

한편 신해철의 동료, 선후배와 팬클럽 '철기군'은 이날 오전 고인이 영면하고 있는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5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전날 오후 방송된 MBC TV '놀면 뭐하니?-유플래쉬'에서도 신해철을 기억하는 무대가 마련됐다. 유재석의 드럼 독주회에서 신해철을 추억하는 순서가 펼쳐졌다. 가수 이승환, 밴드 '국카스텐' 보컬 하현우가 함께 만든 자리였다. 신해철의 미발표곡 '아버지와 나 파트3'가 이승환 등의 편곡을 통해 '스타맨(STARMAN)'으로 재탄생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승환은 "그(신해철)가 얼마나 훌륭한 음악인이었는지 대중에게 다시 각인시키고 싶고, (신해철의) 아이들이 들었을 때 아빠에 대한 자긍심을 느껴 밝게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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