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잔혹사'(2004), '야수'(2006)에 이에 13년 만에 '권상우표' 액션을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 권상우가 13년 만에 액션을 선보이는 작품은 바둑 소재 영화 '신의 한수: 귀수편'이다. 2004년 개봉해 350만명을 극장으로 들인 '신의 한수'의 스핀오프 버전(본편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작품)이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신의 한수: 귀수편' 권상우를 만났다.
권상우는 인터뷰 내내 그동안 액션에 대한 갈망이 컸다고 말했다. 13년 동안 액션 장르에 출연하지 않은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었다. 권상우는 "몸 쓰는 (액션) 작품에 대해 항상 꿈꿨다. (그런데) 해외 활동도 많이 하고, 드라마도 병행하다 보니 (액션) 영화의 단절이 오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만큼 이번 작품이 자신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권상우는 "(관객에게) 액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어서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 코미디도 쉬운 건 아닌데, 한편으로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쏟아부을 수 있는 작품도 만나고 싶다. 권상우 아직 역동적이고 빠르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 좋았다. 제 인생에서 이 작품이 '신의 한수'인 것 같다. 제게 제2의 전성기를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권상우는 실제로 이번 작품을 위해 진력을 다했다.
"거꾸로 매달려서 바둑을 두는 장면이 있다. 진짜 거꾸로 매달려서 했다. 밧줄 하나에 매달려서 했다. 맨 처음에는 와이어를 달려고 했다가 뺐다. 와이어를 하게 되면 배우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거다. 줄이 고정돼 있지 않아, 몸을 일으키기 쉽지 않았다. (편집이 돼 신이 짧아졌는데) 감독님이 8초만 더 썼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리건 감독은 "액션 장면이 크게 세 군데다. 첫 번째는 귀수의 함축된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널 만나기 위해 얼마만큼 이 날을 꿈꿨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화장실 액션신에서는 스타일리시한 권상우의 액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불을 끄고 싸운 장면은 귀수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각 액션신에서 강조하고자 했던 점을 설명했다.
'신의 한수: 귀수편'은 전편에서 언급됐던 '귀수'라는 인물의 15년 전 이야기를 다룬다.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은 아이 '귀수'는 유일하게 기대던 스승 '허일도'(김성균)마저 잃고 홀로 살아남아 세상을 향한 복수를 계획한다. 자신을 사지로 내몬 냉혹한 내기바둑판으로 뛰어든 '귀수'(권상우)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귀신 같이 바둑을 두는 자들과 대결을 펼친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이 인생의 교훈을 얻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권상우는 "사활, 패착 등 바둑 용어가 일상에서 많이 쓰인다. 인생이 바둑판과 같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나. 내가 한 수를 잘못 둬서 역전이 되는 경우도 많다. 한 수, 두 수, 열 수 앞을 보고 둬야 하는 스포츠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다. 앞을 내다보고 예상을 하지만 비켜 나갈 때도 있다. 귀에 쏙쏙 박히는 대사들이 많다. (관객이) 그런 것들을 새겨서 나가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01년에 데뷔한 권상우는 올해로 19년 차의 중견배우가 됐다. 얼굴에 주름은 조금 늘었을지 모르지만, 그의 성난 몸매 만큼은 한결 같다. 이에 대해 권상우는 "(자기 관리는)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한 근육과는 달리 20~30대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그는 "30대에는 주변이 나를 화나게 많이 했다"면서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철이 든다. 좀 더 넓게 보게 되고, 날카로웠던 게 둥글둥글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덧 현장에 가면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는 선배 배우가 됐다.
"저는 일하면서 후배들한테 말을 쉽게 안 놓는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젊은 친구들과 호흡하는 게 즐겁다. 스태프들이 영화에 미쳐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면 대견하고 멋있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에 미쳐서 열심히 하는 걸 보면 건강한 청춘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강한 사람들과 일해서 좋다."
19년 차 중견 배우지만 사실 그는 최근까지도 배우로서의 지향점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는 액션 연기에 대한 욕심만큼 코미디나 타 장르도 갈망한다. 그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작품은 휴먼 코미디다. 관객들을 웃기는 것에도 희열을 느낀다. 시니컬한 배역보다 웃기는 게 더 힘들다. 관객들을 울리고 웃길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또, 귀수처럼 화려한 액션과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도 하고 싶다. 악역, 야비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 아직 못해본 게 많다"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체불가능한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이다.
"내가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그 작품 안에서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게 제 목표다. 연기 잘하는 선배는 많이 계신다. 황정민 선배님, 송강호 선배님 등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계신다. 이름만으로 존재감 있는 그런 배우도 좋지만, 한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다른 배우가 떠오르지 않게 하고 싶다.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활용도가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