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가려진 문틈의 아이ㆍ구혜경, 새해ㆍ율리 체, 초보의 순간들ㆍ박성환
[새 책]가려진 문틈의 아이ㆍ구혜경, 새해ㆍ율리 체, 초보의 순간들ㆍ박성환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9.12.27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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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문틈의 아이』는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신진스토리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구혜경작가의 신작이다. 심사단의 호평을 얻은 이 책은 서른 두 살의 베테랑 파출부 남보민이 고급 아파트 힐스타운에서 일하게 되면서 얽히고설킨 세 집의 음모에 말려들어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할머니와 둘이 사는 서른 두 살의 파출부 보민은 부촌 아파트 힐스타운의 세 집에서 일할 기회를 얻는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베테랑 파출부, 보민의 제일 첫 번째 원칙은 ‘피고용인으로서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보민은 세 집의 수상한 사정을 모른 척 하며 일에만 집중한다. 504호에는 젊은 동물병원 원장 김이서가 혼자 살고 있으며 803호는 얼굴도 보지 못한 수수께끼의 남자가 살고 있다. 804호에는 한승조, 이유경 부부와 기숙사제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들 한서우, 여섯 살 딸 한서아가 있다. 그런데 이 세 집, 전부 어딘가 수상하다. 504호 김이서는 뭔가를 숨기고 있으며, 804호는 집 전체에서 시시 때때로 감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 803호는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황량하기만 하다. 하지만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을 우연히 보게 되고, 그 비밀은 그녀를 점점 옥죄어오는데…….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깨닫는다.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그 말의 진실을. ‘보민아, 사람이 주는 돈에는 이유가 있단다.’ 보민은 이 음모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고즈넉이엔티, 13,000원

 

 

△『새해』는 2015년 힐데가르트 폰 빙겐 문학상, 2017년 아이젠휘텐슈타트 재단 문학상 등 수 많은 상을 받은 독일 작가 율리 체의 12번째 소설로, 독일에서 2018년 9월에 출간된 이후 현재까지 줄곧 독일 최고 권위의 시사주간지 슈피겔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리하고 있는 작품이다. 란사로테 섬의 새해 아침. 주인공인 헤닝은 자전거를 타고 페메스로 가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려 한다. 장비는 형편없고 자전거는 무겁다. 먹을 것도 마실 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바람과 오르막길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그는 자신이 살아온 날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모든 게 최상이다. 건강한 두 아이가 있고 괜찮은 직장도 있다. 아내 테레자와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가족의 표본이 되어 부부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한다. 그러나 헤닝은 삶이 고달프다. 끝없이 과도한 요구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그 어느 역할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딸이 태어난 뒤부터 헤닝은 불안 증세와 공황 발작으로 고통을 겪는다. 그 증상은 악령처럼 주기적으로 그를 찾아온다. 헤닝은 결국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고갯길에 도착한다. 그 순간 기억이 벼락처럼 내리치며 옛일이 생각난다. 어렸을 적에 그는 페메스에 온 적이 있다. 그 당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너무나 끔찍해 지금까지 마음속에 억압하고, 존재의 깊은 곳 어딘가에 가두었던 사건이다. 이제 그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헤닝은 깨닫는다. 오래전 벌어졌던 그 사건이 지금까지 그를 쫓아다녔다는 것을. 과연 헤닝은 왜 란사로테 섬을 찾았던 것일까? 216쪽, 그러나, 13,000원

 

 

△ 『초보의 순간들』은 경주 어느 산골 마을 소년. 또래 도시아이들이 흔하게 누리던 것들을 흔하게 누릴 수 없는 특별한 환경에서 자랐고 부족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소중하고 생생한 첫 경험의 추억을 얻었다는 김성환작가의 신간이다. 칼질하는 돈가스를 처음 먹어본 날, 신발 밑창에 쇠구슬이 박힌 축구화를 처음 신어보던 날,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본 날, 서울이라는 도시에 첫발을 내딛던 날, 비록 고시원이지만 처음 내 방을 가지던 날·····. 흔하고 당연하게 얻었다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짜릿한 첫 경험의 순간들. 소년은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그날의 떨림을 또렷이 기억한다. 인생의 모든 처음을 잊지 않고 특별하게 기억한다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무수한 첫걸음도 겁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두렵지만 기꺼이 맞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첫 경험의 순간들이 모두 설레고 짜릿한 것만은 아니다. 처음으로 술 먹고 필름이 끊어졌을 때,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보았을 때, 사랑한 사람과 헤어지는 쓰디쓴 이별을 처음 겪었을 때도 처음이라는 이름을 가진다. 눈물과 이불킥 없이 거져 얻어지는 법이 없는 세상의 모든 시작, 처음. 첫 순간. 첫 경험. 그 속에는 성장의 역사가 스며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애인도 있다. 이 책을 보는 당신의 서툰 시작을 늘 함께 지켜봐 준 사람들이 있기에 초보의 걸음이 외롭지는 않았으리라. 앞으로 남은 인생의 모든 첫걸음도 그러할 것이라 이야기 하는 저자. 이 책은 학창시절 나른한 오후 국어 수업시간에 우연히 만난 수필 한 편처럼, 잔잔하지만 오래 기억될 산문집이다. 152쪽, 꿈의지도, 9,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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