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최저임금 수정안 앞두고 "삭감안 철회" vs "인상률 높아"
노사, 최저임금 수정안 앞두고 "삭감안 철회" vs "인상률 높아"
  • 뉴시스
  • 승인 2020.07.0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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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안 16.4% 오른 1만원 vs 2.1% 내린 8410원
"노동자 기대 저버려" vs "절박한 심정 속 인하"
류기정 사용자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과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차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고민에 빠져 있다.
류기정 사용자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과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5차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고민에 빠져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앞서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통해 선명한 입장차를 확인한 노사는 7일 첫 수정안 제시를 앞두고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쉽지 않은 협상을 예고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최저임금위에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의 핵심은 노사 양측이 제시할 수정안이다.

노사는 지난 1일 제4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관련 최초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노동계는 올해보다 16.4% 오른 1만원을, 경영계는 2.1% 삭감한 8410원을 제시하며 분명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노동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경영 악화를 들며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삭감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사가 각자의 사정을 이유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양측에 이날까지 수정안 제출을 요청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제출한 수정안을 바탕으로 격차를 좁혀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노사는 수정안 제시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서로의 최초안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날선 신경전을 펼쳤다.

근로자위원 대표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유감스럽게도 사용자 측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삭감안을 최초안으로 제출하며 저임금 노동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어렵고, 중소기업보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더 절박하다"며 "삭감안을 철회해주시고 최저임금 본래의 목적과 제도에 맞는 인상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윤택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사가 제출한 최초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박 위원장이 양측에 수정안 제출을 요청한 데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윤 부위원장은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라는 최소한의 요구"라며 "노동계의 1만원 요구를 무리한 요구라고 하기 전에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위원 대표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사용자 측은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최저임금 인하안을 제출했다"며 "코로나19로 경제 성장률이나 기업의 여건은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루 전무는 특히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은 속도나 인상률에 있어 높은 수준"이라며 "전시 상황 측면에서 봤을 때 내년 최저임금은 확실히 안정적으로 갈 수 있도록 산업현장 내용을 반영해 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전대미문 위기 속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역대 최대 규모의 정부 지원금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며 "이들의 어려운 현실이 최저임금 심의에 잘 반영되고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노사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공익위원들을 대상으로 표심 잡기도 나섰다.

이 사무총장은 "올해 2.8% 인상된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느끼기에는 낮은 수준의 인상률"이라며 "지금의 위기를 넘어 기회를 찾을 현명한 인상 결정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류 전무도 "공익위원들께서는 전문적인 식견과 판단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공익위원들의 책임감을 가지고 안을 제출해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위원은 최근 공익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노사의 장외 여론전에 불편한 심기를 보이며 "공익위원들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행동이나 성명은 가급적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양측이 제시한 최초안의 괴리가 큰 만큼 일단 한 차례 수정안으로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사 모두 최초안에 비해서는 다소 완화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극단적으로 대치할 경우 공익위원이 나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노사는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구간 내에서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 심의는 올해도 예외없이 법정 시한(6월29일)을 넘긴 상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8월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이의제기 등 절차를 고려하면 최소 이달 15일까지는 심의가 종료돼야 한다. 박 위원장은 오는 13일을 심의 기한으로 제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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