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의다" 패트 재판도 충돌…무대만 바뀐 정쟁
"우리가 정의다" 패트 재판도 충돌…무대만 바뀐 정쟁
  • 뉴시스
  • 승인 2020.10.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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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패트 충돌' 사건, 본격 재판 시작돼
검찰, 선진화법 취지 거론…"폭력자체 나빠"
민주당·자한당은 "정당한 의정활동이었다"
행위-정당성 문제로 넘어가며 진통 예상
전문가 "정치 문제, 형법으로 해결하라니"
"정치의 사법화, 삼권분립 위협하는 사건"
"결과에 따라 법관 평가 엇갈릴 것" 우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옛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21.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옛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21.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모두 "우리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재판이 또 한번의 정쟁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일각에선 정치 문제를 법원까지 끌고 온 이번 사건을 '정치의 사법화'의 대표적 사례로 규정, 사법부의 독립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4일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패트 충돌 사건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형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면서 "서로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사법부 판단에 따라 유리하면 현명한 판사라 할 것이고 불리하면 나쁜 법관이라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시작된 재판에서는 '폭력 행위가 있었느냐' 보다 '폭력 행위가 정당했느냐'가 쟁점이 되면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의 진통을 예고했다.

지난달 21일 첫 재판을 받은 자한당 측 변호인은 "(이 사건) 배경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라면서 "국회의원은 헌법 체제를 수호할 책임이 있는데, (이들 법안이) 헌법 체제에 반하는 점이 있어 의원으로서 법안을 제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의정활동을 한 것"이라고 했다. 즉 패스트트랙으로 넘겨진 법 자체가 문제 있어, 이를 막기 위해 한 행위이니 정당하다는 취지다.

이들은 당시 선거법·검찰개혁법 반대파로 분류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오신환 의원에 대한 사보임(상임위 이동)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사보임 자체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자한당 측 변호인은 "적법한 공무를 방해한 것인지 봐야 한다. 오 의원 사보임에 대해선 헌법재판소(헌재)에서도 5대4로 팽팽히 의견이 갈렸다.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옛 미래통합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21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옛 미래통합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21

이틀 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측 재판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자한당이 불법적으로 국회를 점거하면서 발생했다"면서 "이들이 가로막는 상황에서 정당한 직무수행을 했고, 서로 밀치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일어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을 '경찰이 현행범을 체포하다 다치게 하거나 의사가 환자 수술하다 다치게 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에 참석한 전·현직 의원들도 '행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것을 막으려 했던 상황을 타개하려고 했던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박범계 의원도 "당시 자유한국당의 국회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색맞추기, 정치적 기소"라고 했다.

이와 반대로 황교안 전 자한당 대표는 "권력의 폭주와 불법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가 어떻게 불법이 되느냐"고 주장했고, 나경원 전 자한당 원내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위헌적 제도이며, 특권을 이용해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는 제도였다"면서 회의 방해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 사건과 관련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왼쪽부터) 의원, 표창원 전 의원, 박주민, 김병욱 의원, 이종걸 전 의원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23.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 사건과 관련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왼쪽부터) 의원, 표창원 전 의원, 박주민, 김병욱 의원, 이종걸 전 의원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9.23.

검찰은 이 사건을 국회 선진화법을 적용해 기소한 첫 번째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국회 선진화법은 회의 방해 처벌을 넘어 국회 내 일체 폭력행위를 금지하려는 취지"라고 지적했지만, 실제 재판은 폭력 행위 자체보다 정당성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재판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주체가 가장 명료해 보이는 '회의 방해' 부분에 대해서도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오영근 교수는 "단순히 회의 방해를 자한당이 먼저 했으니, 민주당은 해당 혐의에서 자유롭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면서 "회의 방해가 꼭 회의 자체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회의를 위한 준비나 그 과정에서의 문제도 지적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 판단에 따라 양측이 모두 유죄나 무죄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해당 사건을 판결해야 하는 재판부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 사건은 정치권이 무능하게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를 법원으로 떠넘긴 꼴"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을 정치인들이 지켜주진 못할 망정 앞장 서서 훼손했다"며 "법원에서 정치를 하고 있다. 사법독립과 삼권분립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합의 과정에서 서로 밀치는 폭력 사태가 일어났어도, 이에 대해 상호 유감 표명하고 재발 방지하는 차원으로 갔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재판은 오는 11월 재개된다. 재판 당사자 중 현직 의원 등도 상당해 10월달 국정감사나 예산 심의 일정 등을 고려해 이달에는 따로 재판 일정을 잡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 측 재판은 오는 11월25일 두번째 재판이 열릴 예정이고,  자한당 측 2차 재판은 오는 11월16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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