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약값 인하 소송…한미약품·명인제약 승소의 의미
10년 약값 인하 소송…한미약품·명인제약 승소의 의미
  • 뉴시스
  • 승인 2020.11.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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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조현병 약 손배소 최종심서 국내 제약사 손 들어줘
10여 년 간 엎치락뒤치락
“오리지널의 약값 인하 책임 부담서 벗어나…특허 도전 활발 계기”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깨거나 회피하는 방식으로 제네릭(복제약)을 출시한 회사에 오리지널 의약품의 보험약값 인하 책임을 묻지 않는 판결이 나왔다. 국내 제약업계는 10여 년 간 롤러코스터를 탔던 이 소송의 최종 판결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대법원 민사2부는 26일 한국릴리가 한미약품을 상대로 제기한 약가인하 손해배상 소송에서 릴리(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당일 동시에 진행된 대법원 민사3부는 명인제약이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하며 제기한 릴리와의 약가인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명인제약의 손을 들어줬다(파기환송).

◇국내 최초 오리지널 약가 인하분에 대한 손배소

이 소송은 국내 최초의 오리지널 의약품 보험약가 인하분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이다.

시작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미약품은 릴리의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성분명 올란자핀)의 특허가 무효라는 심판을 청구해 2심에서 승소한 후 제네릭 ‘올란자’를 2011년 출시했다. 뒤따라 명인제약도 제네릭(뉴로자핀)을 발매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11월 2심 판결을 뒤집고 자이프렉사의 특허를 유효화했다. 2심 판결에 따라 제네릭을 출시했는데 막상 최종심에서 오리지널의 특허를 인정한 것이다.

이후 릴리가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에 제네릭 출시에 따른 자이프렉사의 보험약가 인하를 손해 배상하라고 손배소를 제기하며 사건은 본격화됐다. 현행 건강보험 약가 제도에선 제네릭이 출시되면 오리지널의 약값이 인하된다. 또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남아 있는 동안은 그 특허의 진보성을 무효화하거나 회피하지 않는 이상 제네릭 출시가 불가하다. 릴리는 특허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제네릭 출시로 가격이 깎여 손해를 봤다며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에 각 15억원, 4700만원을 청구했다.

◇10여 년 간 엎치락뒤치락…제약업계 '촉각'

이 사건에서 한미약품은 1심과 2심 모두 승소한 반면 명인제약은 모두 패소하면서 복잡한 국면을 맞았다. 이에 2016년 릴리는 한미약품을 상대로, 명인제약은 릴리를 상대로 각 상고했다.

국내 제약업계는 이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직은 오리지널 의약품 보다 제네릭 사업 비중이 훨씬 높다. 최종심 결과에 따라 오리지널 특허에 도전할 때 1~2심에서 이기더라도 약가인하 손해를 물어낼 수 있어서다. 매출이 더 높은 오리지널의 경우 배상액이 수백억 원에도 이를 수 있다. 제네릭 개발사의 특허 도전을 현저히 제한할 수 있다고 동요했다.

특히 제네릭 조기 출시를 독려하는 건강보험제도 및 허가-특허 연계제도와도 상충된다는 지적이었다. 제네릭은 오리지널과 효능이 유사하면서 가격이 저렴해 전 세계적으로 제네릭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이번 최종 판결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는 제네릭 조기 출시를 위한 특허도전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게 됐다.
 
김윤호 한국제약특허연구회 회장은 “국내 업체들의 퍼스트 제네릭 출시를 위한 특허 도전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면서 “활발한 특허전략 수립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들의 약값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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