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청약' 끝나고…갈 곳 잃은 환불금 어디로
'SK바사 청약' 끝나고…갈 곳 잃은 환불금 어디로
  • 뉴시스
  • 승인 2021.03.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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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사 청약 환불금, 알아서 돌아온다"
환불금 유치 경쟁 시들…"학습 효과 생겨"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공모주 청약 마지막날인 지난 10일 오전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박은비 기자 =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공모주 청약으로 대규모 자금 이탈을 우려했던 제2금융권이 달라지고 있다. 증거금으로 목돈을 인출했더라도 돌아올 고객이라면 별도의 유인책 없이도 다시 돈을 맡긴다는 학습 효과가 생긴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저축은행들은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 공모주 청약 환불금 유치를 위한 별도의 이벤트를 기획하지 않고 있다.

OK저축은행이 기존 파킹통장 상품인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 'OK e-대박통장'을 추천한 정도다. 오픈뱅킹 등록 이벤트에 참여하면 최대 연 1.5% 금리가 적용된다. 파킹통장은 잠시 차를 세워놓는 것처럼 은행에 단기간 목돈을 맡겼다가 인출해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는 수시입출금 통장을 말한다.

오히려 최근에 금리를 내리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곳도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9일 정기예금(자유적립예금 동일) 금리를 1~3개월 1.20%, 3~6개월 1.30%, 6~12개월 1.40%, 12개월 이상 1.60%로 변경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오는 22일부터 '웰컴(WELCOME) 비대면 보통예금' 구간을 나눠 3000만원 이하는 1.50% 금리를 제공하고, 3000만원 초과분은 0.05%만 적용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5000만원이 구간 기준이었다.

SK바사 공모주 일반 청약 결과 증거금으로 사상 최고인 63조원이 걷혔는데도 증거금으로 빠져나간 돈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봐 우려하는 고객 이탈 방지 노력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 셈이다. 이런 배경에는 지난해 대형 공모주 청약 열풍 이후 사례가 쌓이면서 저축은행들이 공모주 투자자들의 패턴을 학습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 가장 긴장감이 고조됐던 건 지난해 말 빅히트 청약 때였다. 당시 대형 저축은행들은 중도해지 불이익이 없는 특판상품을 내놓거나 금리를 인상하면서 단기자금 유치에 공들였다. 하지만 리스크 검토 결과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알다시피 기준금리가 워낙 낮고 돈이 돌 때가 없으니까 2금융권으로 돈이 몰리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청약 증거금을 모으려고 했다면 금리를 올리든 이벤트를 하든 뭔가 시도를 했을텐데 가만히 있어도 파킹통장을 찾는 고객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금융권 전반적으로 수신(예·적금) 잔고가 상당 규모 불어났다.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신협의 지난해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년 대비 22.6%(2조232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협은 지난해 정기예금의 절반 수준 금리인 파킹통장 '드리밍박스'를 출시한 바 있다. 올해도 잔액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OK저축은행도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요구불예금이 3500억원 순증했다.

애초에 2금융권을 찾는 고객군이 달라 투자성향 별로 각자 노선이 정해져있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에 맡겼던 돈을 공모주 청약 증거금으로 썼던 이들이라면 환불금을 들고 다시 저축은행으로 돌아오고, 더 큰 수익을 내려고 하는 고객은 원금 손실 부담을 안고서라도 증시로 가는 식이다.

2금융권 관계자는 "원금 손실이 나는게 많다 보니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0.1%포인트 금리를 받기 위해서라도 움직이는 고객들이 상당수 있다"며 "1금융권에서는 1% 금리도 받기 어려워서 2금융권에 자연스레 고객 목돈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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