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한 유도훈 감독 "우승 한 번 못해 죄송합니다"
울컥한 유도훈 감독 "우승 한 번 못해 죄송합니다"
  • 뉴시스
  • 승인 2021.04.30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3년 인천 SK 인수한 전자랜드, 18년 역사 뒤안길로…구단 운영 포기
전자랜드, 챔프전 문턱에서 KCC에 패배
최진석 기자 = 27일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인천 전자랜드와 전주 KCC의 4차전 경기,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1.04.27. myjs@newsis.com
최진석 기자 = 27일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인천 전자랜드와 전주 KCC의 4차전 경기,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1.04.27. myjs@newsis.com

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18년 역사를 뒤로 하고 마침표를 찍었다.

전자랜드는 2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전주 KCC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최종 5차전에서 초반 기세를 살리지 못하고 67-75로 패했다.

2패로 뒤지다가 내리 3·4차전을 잡으며 역대 최초 역스윕을 눈앞에 뒀던 전자랜드는 이날 패배로 시즌을 마감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선수들이 본분을 잘 지키면서 최선을 다했다. 내가 선수 입장이라고 해도 많이 흔들렸을 텐데 참고 견뎌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말을 하면서 울컥하며 목이 잠겼다. 2003년 8월 인천 SK를 인수하며 농구단을 운영해 온 전자랜드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18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역의 높은 팬 충성도와 명장 유도훈 감독 아래 조직적인 팀플레이를 하는 구단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모기업은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운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유 감독은 "오늘 이 시간 이후로 여러 상황들이 발생하겠지만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선수들이 계속 좋은 방향으로 잘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시즌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며 "이 순간 이후부터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과 자존감을 더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2009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유 감독은 전자랜드의 상징 같은 지도자다. '독사'라는 별명이 있는 그는 끈질기고, 투지가 강한 감독이다. 꽤 저돌적이다.

유 감독은 잠시 고개를 숙이며 "오랫동안 있으면서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게 죄송스럽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새로운 선수들을 키우는 방향으로 회장님과 임직원들께서 투자를 잘 해줬다"며 "감독으로선 우승을 못 보여드린 게 죄송할 따름이다. 그동안 지원해준 것에 농구인으로서, 선수들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과 정상이라는 것을 못 밟아본 게 죄송하지만 내 자신도 힘들다"고 보탰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연중 계획부터 짜야 한다. 내일부터 어떤 상황일지 모르기 때문에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선수 수급이나 훈련 프로그램 등 할 일이 많다"며 웃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오늘이다. KCC에 3차전과 4차전을 승리했지만 역시 강팀이다. 나의 농구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유 감독은 3차전부터 전자랜드의 상징 색깔인 주황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넥타이를 어루만지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리그를 주관하는 KBL은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올해 1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스포츠비즈니스 그룹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공개 입찰을 진행했고,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상대였던 전창진 KCC 감독은 "오늘같은 마지막 장면이 싫어서 전자랜드와 대결하기 싫었지만 이런 상황이 왔다"며 "유 감독은 내가 복귀해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다. 누구보다 살갑게 해줬다. 힘든 상황에서 끝까지 선전한 유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