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 속에 부부는 나아간다
불협화음 속에 부부는 나아간다
  • 박준영 기자
  • 승인 2018.12.18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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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현실의 영역이다. 결혼은 전 준비 기간이 일종의 판타지라 할 수 있다.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여러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잘 한들 예습과 실전은 다를 수밖에 없다.

부부는 둘이 살아온 삶의 습관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다툼이 발생한다. 신이 만들어낸 인류의 다양한 모습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칫솔을 세워놓는지 눕혀 놓는지. 잠옷을 입고 자는지 아닌지, 설거지는 바로 하는지 미뤄 뒀다 하는지 등 일상의 모든 것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 있다. 한 사람이 쓰던 침대에서 두 사람이 자야한다는 사실이 편할 리가 없다. 연애 과정에서 경험한 상대방은 결점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허점투성이로 보인다.

둘은 각기 다른 양육 환경과 성장 과정을 겪었다. 그들의 부모는 아이에게 한없이 허용적이거나, 혹은 엄격했을 것이다. 부모가 삶을 대하는 모습을 보며 각자가 자신의 부모를 닮아왔을 것이다. 타인에게 마음을 드러내는 방식을 배웠거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마음을 감추어야 했을 수도 있다.

아직 사랑과 환상의 세계에 사는 이들은 배우자가 자신을 속속들이 알고 있고, 심지어 자신과 같을 거라 착각한다. 나를 사랑해서 함께 살기로 결심한 사람이니 조금다를 수 있는 생활습관과 결점을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부부가 함께 걸어가는 길이 늘 평탄할 수만은 없다. 심지어 이런 착각은 다분히 무의식적이다. 그래서 갈등이 터져 나오면 마음이 한층 불편해 진다. 자신과 동일한 존재로 여겼던 상대에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는가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기대가 무너지면 인간의 마음은 분노를 만들어 낸다. 무의식이 만들어낸 착각이 싸움을 자아낸다.

상대방에게 기대를 좀 낮추고 놓아줘야 한다. 상대를 밀어내기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상대의 모습을 부풀렸던, 혹은 왜곡시켰던 눈앞의 볼록렌즈를 걷어내고, 이제 도수에 맞는 렌즈를 써야 한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배우자를 인정해야 한다. 부부는 서로의 삶을 살아보지 못했기에, 상대에게 당연한 것이 자신에게 한없이 불편할 수 있다. 상대방의 성장과정을 연민과 동정으로 추측해야 한다. 너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부부에게 필요한 사랑의 모습은 바로 이러한 배려이다.

결혼은 관계의 결승선이 아니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출발선임을 인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모든 열정과 힘을 쏟아 달린다면, 경기를 완주하지 못한다. 결혼을 시작으로 삶의 모든 영역이 클라이막스가 되리라는 기대도 조금은 내려놓아야 한다.

부부를 둘러싼 안팎의 소음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를 겪어 나가며 경험하고 인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떠한 관계의 역치를 조금씩 넘어서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관계는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다. 불협화음은 부부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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