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5·18 영화' 궤도 수정…독립-극영화 투트랙
광주시 '5·18 영화' 궤도 수정…독립-극영화 투트랙
  • 뉴시스
  • 승인 2018.12.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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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일정 촉박, 극영화는 최소 3년 후 개봉 목표
묻지마식 예산편성에 제작 부담↑ "예산낭비" 걱정

광주시가 2020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에 맞춰 추진 중인 '5·18 영화'의 제작 방침을 급히 변경했다. 

 당초 상업성을 겸비한 극영화를 제작하려 했으나, 시간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무리수가 많아 저예산 독립영화 또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우선 제작하되 넉넉한 예산과 인력을 필요로 하는 극영화는 최소 3년 후 개봉을 목표로 장기 제작라는 투 트랙 전략을 펴기로 했다. 

 치밀한 사전준비없이 묻지마식 예산 편성부터 이뤄져 완성도와 상업성을 동시에 겸비하지 못할 경우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5·18 40주년을 앞두고 5·18항쟁의 의미를 되새기고 희생자들의 넑을 기리는 동시에 전국화·세계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흥행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영화를 제작키로 하고, 내년도 예산에 시민 혈세 10억원을 반영했다.

 지난해 개봉해 1200만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나 '화려한 휴가(2007년 개봉, 관객 600만)'의 경우처럼 영화를 통해 민주·인권·평화도시 광주를 알리고 5월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민선 7기 취임 직후 수차례 "39주년 기념식은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의 5·18로, 40주년은 세계적인 5·18 행사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고, 영화제작도 시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그러나 기본 방향 설정을 위한 5·18 영화 제작지원 TF(전담팀) 1차 회의에서 부터 회의적인 시각이 쏟아졌다. 서울의 영화제작 전문가와 광주지역 영화·문화계 전문가 등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흥행성을 담보로 한) 장편·상업영화 제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한 참석자는 "1년 반 만에 극영화를 제작할 가능성은 5%에 불과한 반면 영화 퀄리티가 안좋을 가능성은 95%"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영화는 제작비용과 제작기간이 매우 중요한 하이 리스크(고위험) 산업으로, 현 상태대로 추진한다면 가능성은 10% 미만으로 위험 부담이 크다"며 "충분한 사전 준비를 거쳐 2020년께 제작에 들어가고 개봉은 뒤로 늦추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제작 규모나 방향은 물론 적정재원 마련 방안, 영화형태, 시나리오, 마케팅 전략까지 어느 하나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모하게 뛰어들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자치단체가 직접 나서 상업영화를 만드는 건 영화시장 특성상 맞지 않고 실패할 경우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수십억원의 펀드 조성이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영화 제작 방식을 두고는 상업적 장편 극영화보다는 저예산 독립영화나 방송 다큐멘터리 제작이 보다 현실적이고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제언이 많았다.

 "독립영화는 1억∼2억원으로도 제작이 가능하고 해외 수상하는 경우도 있다" "5·18과 청년을 테마로 명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 세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피해자 중심이 아닌 진압군 입장에서 본 역발상 다큐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들이 설득력을 얻었다. 

 제주 4·3 사건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그린 오멸 감독의 저예산 영화 '지슬'과  광주시 지원으로 제작돼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최고의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신기록'이 단적이 예다. 

 결국 광주시는 TF회의 결과 등을 토대로 5·18 40주년에는 독립영화나 다큐를 제작상영하고, 극영화는 최소 3년 후 개봉을 목표로 진행해 나가기로 기존 방침을 수정했다.

 결국 내년도 예산 10억원도 저예산 영화에 투입할 지, 독립영화나 다큐 예산은 별도로 확보하고 10억원은 극영화 종자돈으로 활용할 지 시로선 새로운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또 투트랙으로 제작한 작품이 동반 성공하지 못할 경우 예산 낭비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행정적 책임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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