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모 마음, 어릴 적에도 알았다면···영화 '미성년'
[리뷰]부모 마음, 어릴 적에도 알았다면···영화 '미성년'
  • 뉴시스
  • 승인 2019.04.0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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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만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 게 아니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살아계실 때 효도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하게 된다. 그러나 청소년기에는 부모가 이해되지 않는다. '왜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났을까' 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탓하기도 한다.  

'미성년'은 부모를 조금이라도 원망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파는 작품이다. 따뜻한 가족 영화는 아니다. 평온한 일상을 뒤흔든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다. 불륜을 저지른 부모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화목했던 가정은 '대원'(김윤석)의 비밀과 거짓말때문에 풍비박산이 난다. 시작부터 파격적이다. 대원은 딸의 친구 엄마 '미희'(김소진)와 바람을 피웠다. 미희는 불륜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사랑'으로 여긴다.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열일곱살 딸 '윤아'(박세진)만은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대원은 부인 '영주'(염정아)와 딸 '주리'(김혜준)에게 미희와의 불륜을 숨긴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다. 주리는 우연히 대원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상대가 같은 학교 동급생 윤아의 엄마라는 사실에 크게 충격받는다. 어떻게든 영주에게는 숨기려고 하지만, 결국 들통난다. 윤아가 쉬쉬한다고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며 비밀을 폭로해버려서다. 대원은 인생 최대위기를 맞고, 남은 네 사람은 더 충격적인 일을 마주하게 된다. 

배우 김윤석(51)이 처음 연출한 영화다. 배우들이 영화감독에 도전하는 일은 이따금씩 있다. 모두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며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꽤 많다. 일단,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는 지겹도록 들어온 이야기다. 숱한 영화와 드라마가 다룬 소재이며,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첫 장편영화 메가폰을 잡은만큼 안전한 길을 가려는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김윤석은 그간 배우로 쌓아온 내공이 뭔지 보여줬다. 연기 디렉팅에 있어 섬세함이 느껴진다. 다섯 사람의 심리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극적인 반전은 없으나, 전개는 매끄럽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김윤석은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우유부단한 인물을 잘 표현해냈다. 염정아(47)의 모성애 연기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제 몫을 다했다. 김소진(40)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에 활력을 더했다. 신예 김혜준(24)·박세진(23)의 연기도 무난한 편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의 말 자체가 잔소리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부모가 불륜을 저질렀다면 화가 치밀어오를 것이다. 그러나 두 여고생은 분노만 하지 않는다. 이들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이 촘촘하게 그려진 점이 영화의 미덕이다.

참신한 소재를 원하는 관객들은 지루하거나 밋밋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부모를 떠올리면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야 부모 마음을 조금 알게 된다. 부모 자식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보면 마음이 짠해지는 구석이 있다. 세상에 먼저 태어났을 뿐, 부모도 자식과 똑같은 '사람'이다. 가족 부양은 버거운 짐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자식을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하루하루 삶의 무게를 견디고 있을 뿐이다. 부모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리지 못했던 시절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11일 개봉, 96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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