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짓고 어른이 된다,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죄를 짓고 어른이 된다,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 뉴시스
  • 승인 2018.09.0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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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택 연출
오경택 연출

 "죄와 선과 악, 묵직한 테마를 다루고 있어요. 방대한 분량을 다 담아내지 못하니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죠. 초점으로 잡은 건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짓고 우리는 어른이 된다'였어요."(오경택 연출)

작가 박지리(1985~2016)의 소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뮤지컬로 옮겨진다. 서울예술단이 10월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동명의 창작가무극을 새롭게 선보인다. 

2010년 청소년 소설 '합체'로 혜성같이 나타난 박 작가는 '맨홀' '양춘단 대학탐방기' 등을 통해 청소년의 심연을 톺아봐왔다. 박 작가의 세계관은 '다윈영의 악의 기원'에서 한층 더 깊어졌다. 

소설은 최상위 계층이 사는 1지구의 유서 깊은 명문학교 '프라임 스쿨'에 재학 중인 열여섯 소년이 주인공이다. 850쪽 분량의 이 소설은 소년 내면의 선악 갈등을 통해 정의와 계급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수작으로 통한다. 

오경택 연출은 4일 "순수한 가치가 멸종돼 가는 현대사회 안에서 우리들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두운 해리포터' 같아요. 여러 콘텐츠와 세계관을 품고 있는데 추구하는 세계관은 독특하죠. 그런 색깔을 내고자 노력했어요."

청소년기를 다룬 작품들은 보통 성장통에 초점을 맞추지만 '다원영의 악의 기원'은 무거운 진실을 마주한 소년소녀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따라간다. 본능과 마주한 '영 어덜트 범죄 추리소설'이라고나 할까.

이희준 작가
이희준 작가

서울예술단은 이 장르적이고 은유가 넘치는 '다윈영의 악의 기원'을 뮤지컬 어법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각오다. 오 연출 외에 이희준 작가, 박천휘 작곡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안영준 안무가 등 쟁쟁한 스태프가 뭉쳤다. 

이 작가는 "원작 소설이 각별한 사랑을 받아서 그 누구에 못지않은 각별한 사랑을 가지고 뮤지컬 번역 작업을 했다"면서 "소설은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무대에 맞게 바꾸는 작업을 작품의 본질적인 요소가 훼손되지 않은 선에서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숨겨진 진실을 쫓는 주인공 '다윈' 역은 최우혁이 담당한다. 다윈의 아버지이자 베일에 싸인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니스' 역은 박은석이 맡는다. 다윈의 첫사랑이자 삼촌의 죽음을 파헤치는 대담한 소녀 '루미'는 송문선이 연기한다.

박은석은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면서도 누구나 살면서 겪은 것을 다루고 있다"면서 "그런 고민이 쉽지는 않지만 배우들끼리 논의하며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예술단은 도전 정신이 돋보인 원작을 무대 어법에 맞게 실험적으로 선보여왔다. 김진 만화가 원작인 '바람의 나라', 주호민 웹툰이 바탕인 '신과함께-저승편', 작가 김연수의 동명소설을 무대로 옮긴 '꾿빠이 이상'이 보기다. 

'다윈영의 악의 기원' 역시 원작을 기반으로 하되 새롭고 과감한 시도가 돋보인 서울예술단 대표작들의 맥을 잇는다. 유희성 서울예술단 이사장은 "실험적인 추리 창작물로 국공립 성격의 단체가 대극장에서 이런 작품을 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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