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감독 "日 전쟁범죄 다뤄...한국관객 반응 궁금"(종합)
구로사와 감독 "日 전쟁범죄 다뤄...한국관객 반응 궁금"(종합)
  • 뉴시스
  • 승인 2020.10.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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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서 감독상 받은 거장
일제 만행 다룬 '스파이의 아내'로 부국제 초청
영화 '스파이의 아내'를 연출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스파이의 아내'를 연출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지난달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일제의 만행을 담은 영화 '스파이의 아내'로 한국 관객을 찾았다.

26일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 '스파이의 아내' 온라인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작품을 연출한 구로사와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파이의 아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다룬다. 태평양전쟁 직전인 1940년 고베의 무역상 유사쿠가 사업차 만주에 갔다가 731부대의 생체실험 참상을 목격하고, 아내 사토코와 함께 이를 세상에 알리려 시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1940년 일본이라는 시공간의 불안과 불온의 공기를 배경이자 주제로 삼아, 세 남녀의 얽히고설킨 애정과 신념을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완성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처음으로 현대를 다루지 않고 과거를 다룬 작품이다. 시대극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 꿈이 이번에 실현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가 선택한 시기는 현대로 이어질 수 있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다. 1940년대 전후를 그린다"며 "일본이 위험하고 위태로운 체제를 맞이했을 때 한 쌍의 부부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전쟁범죄를 담은 것과 관련해서는 "엄청난 각오나 용기를 필요한 건 아니다. 그렇게 의식하지 않았다"며 "역사적 사실에 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한국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소재를 다루는 것에 주저하기는 하지만 일본 영화계에서 금기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역사를 그리면서도 엔터테인먼트여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다. 시대적 배경을 배치하면서 서스펜스나 멜로 드라마로 성립되도록 하는 것이 더 도전이었다"며 "앞으로 일본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모르겠지만, 큰 결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과거사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양심의 목소리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도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그것대로 기쁘다"면서도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역사적인 하나의 시대를 마주하고 그 바탕에서 오락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영화는 은폐된 것을 드러내는 작업을 새로 한 것은 아니다. 이미 일본인들이나 세계적으로 하나의 역사로 알려진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며 "그것에 의거해 성실하게 그리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많은 분들이 다양하게 봐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영화 '스파이의 아내'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스파이의 아내'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사토코 역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스타배우 아오이 유우가 맡았다.

 구로사와 감독은  "화에서 나오는 대화 대사와 말투, 구체적인 표현은 지금과는 달라서 1940년대에 사용하는 말투와 어조"라며 "아오이 우유는 촬영 현장에서 뭔가 요구가 있으면 이해도 빠르고 완벽하게 연기한다. 기본적으로 영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서 수월했다"고 칭찬했다.

영화는 지난 6월 일본 NHK가 8K 화질로 방송한 스페셜 드라마를 재제작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지난 16일 일본에서 극장 개봉했다.

구로시와 감독은 "6월에 드라마를 통해 방송됐지만 8K를 통해 제작해 일반 가정에서 시청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주부터 일본에서도 극장 개봉했는데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는 없었기 때문에 신선하다는 반응을 접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일본에서는 다른 작품이 대히트를 치고 있어서 주목도가 높은 것 같지는 않다"고 아쉬워했다.

구로사와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함께 일본의 대표 영화감독으로 꼽힌다. 1983년 '간다천음란전쟁'으로 데뷔한 뒤, 1997년 '큐어'를 연출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칸영화제에 단골 초청되며 ‘회로’(2001)로 국제비평가연맹상, '도쿄 소나타'(2008)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심사위원상, '해안가로의 여행'(2015)으로 같은 부문 감독상을 받았다. 베니스영화제에선 올해 첫 트로피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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