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운영 접으면서 매각 작업 들어가
안경남 기자 =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라스트 댄스'는 끝나지 않았다.
전자랜드는 27일 인천삼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전주 KCC에 94-73으로 승리했다.
적지에서 치른 1, 2차전을 모두 졌던 전자랜드는 지난 25일 홈에서 열린 3차전에서 역대 PO 최다 점수 차(45점)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데 이어 4차전까지 내리 잡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로써 전자랜드는 2018~2019시즌에 이어 2회 연속 챔프전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전자랜드는 2018~2019시즌 창단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나섰고, 2019~2020시즌 PO는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았다.
역대 5전3선승제로 열린 4강 PO에서 1, 2차전을 내리 패한 뒤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팀은 없었다.
마지막 5차전은 29일 오후 7시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전자랜드에겐 벼랑 끝 승부였다. 3차전 대승으로 기사회생한 전자랜드가 이날 졌다면, 팀 이름을 달고 치른 마지막 경기가 될 뻔 했다.
2020~2021시즌을 마지막으로 모기업이 구단 운영에 손을 떼기로 했기 때문이다.
KBL은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올해 1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스포츠비즈니스 그룹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공개 입찰을 진행했고, 지난달 초 마감된 인수의향서를 바탕으로 전자랜드 구단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도 전자랜드는 포기하지 않고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3차전 대승에 이어 4차전도 홈 팬들의 열띤 응원을 받으며 21점 차 완승을 거뒀다.
3차전 영웅이 48점을 폭발시킨 조나단 모트리였다면, 이날 경기에선 김낙현(25점), 차바위(17점), 이대헌(12점) 등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수비에서 전자랜드는 KCC를 완벽하게 봉쇄했다. 유도훈 감독도 "선수들이 상대 수비 방법을 안 것 같다"며 "라건아 득점이 안 나오면서 상대 공격이 둔화된 걸 느꼈다"고 말했다.
체력에서도 KCC를 압도했다. 고양 오리온과 6강 PO를 치른 강행군에도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농구로 PO 대반전 드라마를 써가고 있다.
2003년 8월 인천 SK를 인수해 프로농구단을 창단한 전자랜드는 지역의 높은 팬 충성도와 명장 유도훈 감독 아래 조직적인 팀 플레이를 하는 구단으로 유명했다.
2014~2015시즌에는 정규리그 6위로 PO에 올라 3위 서울 SK를 3-0으로 제압하고, 2위 원주 동부와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쳐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굴지의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경쟁팀들과 달리 넉넉하지 못한 재정으로 늘 약자의 위치에 설 때가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팀 컬러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전자랜드란 이름을 달고 치르는 마지막 PO에서도 그들은 자신들만의 컬러로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비록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사라지지만, 그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